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에 대해 배당할 수 있는 최대 한도를 나타내는 배당가능이익과 구체적인 배당계획을 사업보고서와 분·반기보고서에 공시하는 방안을 실시할 방침을 세우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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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순자산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등을 뺀 최대 배당한도를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가령 삼성전자(005930)의 작년 사업보고서에는 △당기순이익 18조원 △현금배당액 2조 1569억원 △현금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 비율) 12% 정도만 적혀 있지만, 배당가능이익 116조원이란 정보도 추가할 방침이었던 것.
그러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등 상장사의 반대가 심해 당분간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배당가능이익을 공시하면 주주들의 배당 압력이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또 지난 2012년 상법 개정 이후 회계적 측면에서 배당가능이익을 어떻게 산출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점도 공시 제도를 빨리 도입하기 어려운 요인이 됐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하려면 미실현이익을 제외하게끔 돼 있다. 미실현이익이란 화폐가치 변동에 따른 이익, 재고자산 평가이익 등 아직 상품이 판매되지 않아 수익으로 실현하지 않은 이익을 뜻한다. 가령 한 기업이 100가지 종목에 투자한 주식이 있을 때 주가가 오르내린 데 따른 평가이익을 계산해 미실현이익을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한 종목이 많고 매수·매도 거래가 빈번한 경우 이를 쉽사리 산출해내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회계기준상에서의 미실현이익 개념이 모호한데 배당가능이익은 미실현이익을 계산해야 산출할 수 있다”며 “배당가능이익 공시제도를 시행하려면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배당가능이익을 일반 소액주주들이 계산하기 어렵다는 그 이유 때문이라도 공시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회계사는 “기업이 주식가치를 높이려면 배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시해야 할 텐데 기업이 이를 꺼린다는 것은 주주이익 극대화에 반하는 행위”라며 “국내 상장사들이 주주 이익을 우선시하기보다 경영자 편의주의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