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정부의 3차 알뜰주유소 공급자 입찰방식 결정이 늦어지면서 공급자 선정이 당초 6월 말에서 7월 말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석유공사와 수의계약을 맺고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던 삼성토탈이 다른 정유사들과 마찬가지로 경쟁입찰에 참여하게 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공급자 선정 최소 한 달 늦어질 듯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2차 알뜰주유소 공급계약이 다음 달 말로 종료된다. 3차 공급계약을 위해서는 다음 달 중으로 정부가 입찰방식을 확정하고 공급자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 만료일을 40여 일 앞둔 현재까지도 입찰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입찰 방식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2차 계약은 다음 달로 종료되지만, 기존 계약을 한 달 연장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7월 말까지도 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옴에도 입찰 공고가 나가지 않는 것을 두고 정유업계에서 갖가지 의혹이 일자 한 달간의 시간이 더 남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2차 때도 2개월 정도 공급자 선정이 늦어졌다”며 “입찰·공급 시기 등은 기존 공급자와 협의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토탈 입찰 배려(?)논란
정부는 그동안 수의계약으로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던 삼성토탈이 올해부터 경쟁 입찰에 참여하게 되자 입찰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석유화학제품의 부산물로 생산되는 휘발유를 알뜰주유소에 공급해왔다. 다른 정유사와 다르게 석유 유통망은 없어서 석유공사에 휘발유를 공급하면 석유공사 물류망으로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수의계약으로 공급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문제가 없었지만 경쟁 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자체 물류망으로 휘발유를 공급하는 다른 정유사와 다른 조건이어서 문제가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삼성토탈이 9월부터 경유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산물로 경유가 생산되는 삼성토탈의 공장은 6월 완공되지만 테스트 기간을 거쳐 경유의 생산이 가능한 시기는 9월로 예상되고 있다. 알뜰주유소 공급자로 선정되면 휘발유 경유 모두 공급해야 하는데 현재 경유를 생산하지 않는 삼성토탈은 입찰 자격부터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삼성토탈을 입찰에 참여시키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를 나눠서 입찰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 10% 알뜰주유소 정유4사 모두 적극적
정부는 삼성토탈을 어떻게든 공개입찰에 참여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삼성토탈이 기존 정유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휘발유를 공급해왔고, 석유 유통시장 경쟁촉진이라는 알뜰주유소 정책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입찰 경쟁률을 높여서 보다 저렴한 가격의 공급자를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에 여러 말이 많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여론 수렴을 하고 있고, 가장 경쟁적인 조건으로 입찰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토탈 관계자도 “산업부의 입찰 방식 확정되면 그에 맞춰서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토탈이 최근 석유협회에 회원사 가입을 신청하는 등 ‘제5 정유사’로서의 입지를 다지려고 하면서 기존 정유사들의 견제는 더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을 비판하던 정유들도 어느새 알뜰주유소 공급자 선정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전체 주유소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알뜰주유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뜰주유소 공급자로 선정된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점유율을 늘리면서 1·2위인 SK에너지, GS칼텍스와의 점유율 차이를 줄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삼성토탈만 수의계약으로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것이 특혜라는 지적에 따라 경쟁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는데, 정부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휘발유·경유 분리 입찰이나, 유통망이 없는 삼성토탈을 배려한 방식을 만든다면 특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