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펀딩’·‘내셔널 트러스트’ 추진…“연내 매각 안되면 강제경매”
(서울=연합뉴스) 김수근의 작품으로 국내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꼽히는 공간사옥의 공개매각이 유찰됐다.
공간종합건축사무소가 21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사옥에서 실시한 공개입찰에 응찰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공간 박윤석 본부장은 “입찰에 응한 곳은 없으며, 참관을 하러 온 곳만 3군데 있었다”며 “가급적 이달 안에 재공매 또는 수의계약을 거쳐 매각을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현재 법정관리 상태인 회사의 회생 계획에 따르면 연내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 강제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은 만큼 매각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공간은 감정평가액 이상의 가격에 매입하려는 곳이 있는 점을 감안해 재공매보다는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150억 원 정도에 매입하겠다는 구매자가 있었지만 공개매각을 해야 한다는 관련 규정 때문에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공간 쪽은 전했다.
재입찰에 붙여질 때마다 단가가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매각이 어느 시점에 성사되느냐에 따라 계약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공간 관계자는 “매입에 관심이 있는 법인이나 개인이 많지만 최근 사옥에 대한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며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사옥 매각이 진행 중이라고 잘못 알려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는 지난 1월 회생 인가가 나서 현재 수주 등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공간사옥 보존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수근문화재단은 이날 공개매각이 유찰됨에 따라 22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재단 관계자는 “사옥 보존에 뜻을 같이하는 시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벌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구체적인 방식은 결정하지 못했지만 소셜펀딩 또는 내셔널 트러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앞서 박찬욱 영화감독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110여 명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간사옥의 보존을 촉구한 바 있다.
이처럼 사옥 보존 여론이 높아지자 문화재청은 공간사옥 가운데 김수근이 설계한 옛 사옥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19일 밝혔다.
공간 사옥은 1971년 한국 현대건축의 1세대인 고 김수근의 설계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담쟁이넝쿨과 검은색 벽돌로 이뤄진 본관과 공간의 2대 대표인 건축가 고 장세양이 증축한 유리 신사옥, 이상림 현 대표가 증·개축한 ‘ㄷ’자 형태의 한옥이 어우러져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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