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선고 앞두고 최태원 회장재판 말 바꿨다..의문점 3가지

김현아 기자I 2013.08.27 21:14:25

의문점1) 무시했던 녹취록이 유력증거로?
의문점2) 증인채택 요구하던 김원홍은 없던 일로?
의문점3) 피고인 방어권 위해 공소장 바꾸자고 했을까?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는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 형제의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선고를 불과 20여 일 앞두고 갑자기 변론을 재개해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공소장 변경은 법원의 재량권이지만, 27일 돌연 재개된 공판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검찰이 주장하듯 최태원 회장이 김원홍 씨(최 회장형제 선물옵션투자관리인, 전 SK해운 고문)에게 보낼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나 기존 채무 변제를 위해 벌어진 일이 아니라, 최 회장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김원홍 씨와 공모해 최 부회장 개인투자금 마련을 위해 벌어진 일이라고 봤다. 공소사실 중 범행 동기 부분을 수정토록 권고했다.

문용선 부장판사는 “핵심은 엉터리 펀드를 만들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선지급에 있기 때문에 죄의 유·무죄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양형에 대해서도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계열사돈을 동원한 게 핵심이어서 원칙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지만, 검찰과 변호인 측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재판부의 발언이 지난 4월 8일 항소심 첫 공판 이후 줄곧 유지했던 논리나 발언과 상당한 온도 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의문점1) 무시했던 녹취록이 유력증거로?

재판부는 김원홍 씨의 증인채택을 거부한 이유로 이미 녹취록이 탄핵증거로 제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부장판사는 “당장 내일 김원홍이 국내로 송환돼도 증인으로 채택할 의사가 없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김원홍의 입장은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자세히 나와 있어 따로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 문 부장판사는 녹취록의 증거효력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7월 16일 공판에서 “당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항소심에서 변호인과 논의한 전략에 따라 ‘나 혼자 한 일’이라고 거짓말을 한 상황이었는데, 녹취록을 보면 김원홍이 ‘니(김준홍) 하고 나(김원홍)하고 한 일’이라거나, ‘형제분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면서 “모든 과정을 둘이 안다면 이런 말로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라고 강하게 의심했다. “녹취록이 나중에 녹음된 게 아닌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의문점2) 증인채택 요구하던 김원홍은 없던 일로?

가장 중요한 증인이라고 말하던 김원홍 씨의 국내 송환이 임박했는데도 부를 필요가 없다는 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문 부장판사는 이날 “물론 김원홍만 아는 것도 있겠지만, 김준홍의 말도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간접증거뿐 아니라) 직접증거로서의 성격이 있다”면서, 김 씨에 대한 증인채택 요구를 기각했다.

문 부장판사는 그간 재판과정에서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김원홍”이라면서, 김 씨의 소재 파악과 법원 출두를 종용해 왔다. “내가 내 휴대폰으로 김원홍에게 연락해야 하느냐”면서, 녹취록만 제출하고 뒤로 숨은 김원홍 씨의 저의를 못 믿겠다는 취지로 일관해 왔다.

◇의문점3) 피고인 방어권 위해 공소장 바꾸자고 했을까?

문 부장판사는 이날 “피고인 최태원 주장의 핵심이 범행 동기나 경위를 다투는 것이고, 1심과 동기를 달리 볼 수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원홍도 공소사실의 공범으로 포함되거나 등장할 수 있어 그런 점에서도 공소사실 변경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김원홍 씨를 증인으로 부르지는 않겠지만, 국내 송환 이후 또 다른 재판이 진행될 때를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공판과정을 보면 피고인 측 주장은 범행 동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결과인 인출을 몰랐다는 것이었다. 최태원 회장 형제 측은 최 회장은 펀드 출자와 선지급에는 관여했지만 김 씨와의 오랜 친분에 의한 것이었고, 횡령인 펀드 유출사건은 몰랐으며, 속았다고 주장해 왔다. 최 회장은 김 씨가 자신을 속여 펀드를 만들게 하고 계열사들이 선입금 한 돈 중 450억 원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고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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