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따르면 당시 금융위원회는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발행과 유통(시장운영) 분리원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발행, 인수, 주선한 증권은 유통할 수 없고 자기계약도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발행회사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으로서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토큰증권의 보유 내역을 관리하는 법적 장부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 유통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비상장 토큰증권의 유통은 장외거래중개업자가 담당한다.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 분리 원칙은 투자자보호와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한 것이다. 발행사는 증권에 대해 높은 유통가격을 책정해 이득을 취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법상 명문화된 규정은 없으나 발행과 유통의 분리 원칙을 자본시장법의 기본원칙으로 보아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모든 영역의 이해상충방지원칙으로 삼았다는 해석이다.
발행·유통 분리 원칙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행사가 유통 시장을 함께 운영할 경우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거나, 유통 시장에서 증권 가격을 높이기 위한 불공정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행사가 유통시장을 운영하면 해당 유통 시장에서 직접 발행한 증권의 가격만 우대 조치를 취해 가격 상승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STO 업계 관계자는 “발행과 유통이 분리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과 유통 시장의 분리 원칙을 적용했다”며 “발행사는 발행만을 담당하고, 유통사는 유통을 담당함으로써 상품과 투자자 보호에 더 신경을 쓰고 검증할 수 있어 투자자 보호에 쉬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유통의 분리는 앞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발행인이 유통시장을 함께 운영했을 때, 자전 거래나 내부자 거래 등 이해상충 문제를 고려하면 시장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발행과 유통 분리는 필요한 조치”라고 짚었다.
◇ “해외는 이미 통합…자본시장 혁신·성장 생각해야”
반면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통합할 경우 이점이 더 크다는 의견도 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발행과 유통의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하나로 통합되면 여러 비용의 감축도 가능해 경제적이라는 해석도 따른다.
실제로 해외에선 토큰증권의 발행·유통 통합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스위스에서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SDX(SIX Digital Exchange)가 출범했다. SDX는 거래소 면허와 예탁결제기관(CSD) 면허를 모두 취득한 통합 플랫폼이다. 토큰증권의 등록, 유통, 결제, 권리관리를 하나의 기관에서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은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 시장이 통합되면 시장 활성화와 혁신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를 특징으로 한다. 또 다른 STO 업계 관계자는 “발행·유통을 분리해 각각 참여한다면 중개인 없이 발행과 유통이 동시에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이점도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토큰증권의 진정한 의미를 잃고 혁신성도 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면 당장 발행사와 유통사별로 회원 가입을 여러 번 해야 하는 등 고객 불편 예상된다”며 “이러한 번거로움으로 투자 시장 자체에 진입이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태동기에 있는 STO 시장이 제대로 열리려면 융통성 있고 파격적인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편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은 조각투자업체들은 이미 발행과 유통을 함께 하고 있고 충분히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금융위 가이드라인 하의 토큰증권 구조에선 이해상충이 불가능하단 의미다. 이와 관련해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사들이 판매하는 건 공산품이 아니라 약속한 기간 내 배당이 나와야 하는 상품이다. 공모 이후 지속적이고 책임 있는 배당 공시 등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도 일원화된 관리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