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이터 주무 부처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올해 5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마이데이터를 보건의료와 통신, 유통 분야에 적용해 단계적으로 전 산업군 확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업자의 3개년 매출이 1500억원 이상이거나 정보주체 수가 일평균 300만명 이상이면 마이데이터 적용 대상이다. 국내 대규모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미국 코스트코 온라인과 유튜브 쇼핑, 구글 쇼핑, 애플스토어, 아마존 그리고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커머스 업체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날 전문가들은 마이데이터가 데이터 국외 이전을 의무화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현경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겸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은 “고객의 구매 상품정보는 물론, 할부기간, 배송지점, 회원등급 및 포인트 등 정보까지 모두 전송 대상으로 규정돼 있다”면서 “이러한 중요 정보를 경쟁 대상이 되는 해외 온라인 유통사업자에 전송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나”고 따져 물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겸 교수는 유통 마이데이터가 국내 제조업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전송 의무자에 해당하는 유통 대기업이 중국 커머스 업체로 데이터 전송 시 중소 납품업체의 정보를 의도치 않게 내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국내 중소업체의 영업 노하우가 해외 기업 혹은 경쟁 제조사에 노출된다는 얘기”라며 “중국 커머스사와 해당 플랫폼에 입점한 중국 제조사들은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국내 시장에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마이데이터 제도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중국 커머스가 일부 대규모 기업과만 협력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마이데이터로 인해 유·불리한 업체들이 생겨날 수 있는 만큼 그들에 대한 고려가 다방면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 패널로 나선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안전과 통제 장치 없이 개인정보를 상품화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면서 “재검토 후 시행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에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국내외 업체 간 제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마이데이터 시행 이후) 한국의 정보주체가 미국 기업에 본인의 데이터를 중국 기업에 전송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마이데이터 제도가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해외 사업자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겸 교수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의 해외 플랫폼 업체들이 한국 기업과의 역차별 이슈를 들어 통상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면서 “외국 기업들은 이에 대해 분명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국가의 경제 안보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개인정보위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장은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유통 마이데이터 관련 업계의 우려가 큰 부분을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송 대상 항목 등 구체적인 부분이 확정되지 않았다. 올해 연말에 나올 고시에 이를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