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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관을 통해 산업은행 협업기관과 거래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전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달 산업은행의 거래처 또는 협업기관 직원 9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산업은행 고객 및 협업기관의 83.8%도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금융기관과 거래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도 72.6%에 달했다.
산업은행의 직원들의 산업은행 노조가 임직원 20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산 이전 시 부산 이주 의향이 있는 직원은 6%에 그쳤고, 의향이 없다고 밝힌 직원이 94%였다.
김현준 노조 위원장은 “산은은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네트워크 효과와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데 금융중심지인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동시에 기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사측의 컨설팅 결과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면서 “노조는 부산 이전에 대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석훈 회장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보다 앞서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에 모든 기능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보고하고 지난 28일 직원설명회를 열어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용역사인 삼일PwC는 산업은행 전체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방식’과 서울에 기능을 병행 배치하는 ‘금융수요 중심형 방식’을 제안했다. 사측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지역성장 중심형 방식으로 결정했다.
설명회는 당초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 개최를 고려했지만, 노조의 반발에 부서장급 이상 직원 대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산업은행은 동남권 중심의 조직변화와 성과를 홍보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이전 명분을 쌓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올 초 국내지점 영업을 총괄하는 ‘지역성장부문’을 부산으로 이전했고, ‘동남권투자금융센터’, ‘해양산업금융2실’은 신설해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하반기에는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등과 1000억원 규모의 ‘동남권 지역혁신 재간접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해양특화금융 서비스도 강화했다. 차세대 선박금융 전담팀을 신설해 친환경 연료사용 고부가가치 선박 도입 및 신재생에너지 선박 보급을 촉진해 해양산업의 장기 성장동력 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총 12억달러(1.5조원) 규모의 해양물류 인프라 전용 투자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국책은행으로 산업은행이 해야할 과제들을 제때 수행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