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여행업계, 상폐 사례까지 나올까

강경록 기자I 2020.09.01 11:01:30
상장폐지 기로에 선 여행업계(그래픽=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롯데관광개발이 상장폐지의 기로에 섰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18일부터 주식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이 5억원을 충족하지 못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 올랐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의 2분기 매출액은 3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8.5% 줄어든 수치다.

롯데관광개발 연간 매출액 추이(그래픽=이미나 기자)


◇롯데관광개발, 3년 이은 성장세 한순간 와르르

롯데관광개발의 상황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관광업계의 현실을 대변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여행객의 발을 묶었고 여행사들의 매출도 덩달아 급감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올해 초부터 7월까지 관광분야 피해액이 무려 5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 기간 업계 1, 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비롯해 상위 12개 여행사의 해외여행 취소율은 73%에 달했고, 이들을 포함한 여행업의 피해액만 4조 46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행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도 폐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꾸준히 매출규모를 늘려온 건실한 회사였다. 2017년 678억원, 2018년도 714억원, 2019년도 82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나마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111억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4~6월)에는 3억2000만원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결국 2분기 매출이 롯데관광개발의 발목을 잡았다.

현행 규정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경우 분기당 매출액이 5억원, 코스닥기업은 3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상장적격성 실질검사 사유가 발생한다. 이 검사는 기업이 상장사로서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요건으로는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등 정기보고서 미제출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의견이 부적정이거나 의견거절 △자본잠식상태 △일반 주주수 200명 미만 등 주식 분산이 미달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수의 1% 미만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위반 등 지배구조 미달 △1년 매출액(별도 재무제표 기준)이 50억원 미만 또는 분기매출액이 5억원 미만 △주가 미달(액면가의 5% 미만) △시가총액 미달(액면가의 5% 미만) △기업 해산, 부도, 은행 거래 정지 등이다.

상장적격성 실질검사 절차(그래픽=이미나 기자)


◇코로나19 종식 장담 못해…여행업계 앞날 불투명

롯데관광개발이 당장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상장사로서의 자격을 판단 받아야 한다. 일단, 자격 대상여부 판단은 15일(영업일 기준) 이내로 이뤄진다. 판단 기간은 9월 7일까지다. 이 기간 심사 대상의 주식 거래는 정지된다.

만약 상장적격성 실질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롯데관광개발은 상장사 자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주식거래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롯데관광개발이 심사 대상으로 분류된 이후다. 결과에 따라 상장 폐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장적격성 실질 검사 대상에 오르면 이후 과정은 험난하다. 먼저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린다. 기업심사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롯데관광개발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롯데관광개발이 이 기간 내 개선계획서를 낼 경우 제출일부터 20일 이내(영업일 기준)로 심의를 연기한다. 그런데도 기업심사위 심의 결과가 상장 폐지로 나오면, 그 다음은 상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 기간 부여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절차를 거친다.

물론 롯데관광개발 또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주식거래가 계속 정지된 상태에서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따라 실질검사에 들어간다. 운이 좋다면 롯데관광개발은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여행업계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요건(그래픽=문승용 기자)


◇세중도 거래 중지…업계 1, 2위도 위태

코스닥 상장사인 세중여행사도 롯데관광개발과 마찬가지 이유로 거래 중지 상태에서 상장적격성 실질검사 대상 여부를 판단받을 예정이다. 세중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매출 하락이다.

다른 상장 여행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호텔업과 면세점을 겸하고 있는 하나투어의 2분기 매출은 96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0%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2분기 2000억원에 가깝던 매출이 올해 2분기에는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5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1분기에 이어 적자를 냈고, 그 폭은 더 커졌다. 패키지 송객 수가 약 680명에 불과한 가운데 부문별 예상 영업 적자가 249억원, 면세점 포함 국내 자회사가 139억원, 해외자회사가 130억원을 기록했다.

호텔업을 겸하고 있는 모두투어도 2분기 매출이 3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8% 줄었고 영업손실이 93억원에 달했다. 상장 여행사 7곳 중 레드캡투어가 유일하게 흑자를 냈는데 이는 여행 사업이 부진한 대신 렌터카 사업이 선방했기 때문이다.

김학준 경희사이버대 관광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여행사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면서 “문제는 앞으로 3~4분기도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제2의 롯데관광개발이 나올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장여행사 상반기 실적(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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