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를 찾았다. 최근 미국이 주도한 서방과 이란의 핵합의로 불쾌해하는 전통적 우방국가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사우디의 반응은 환대 받던 앞선 세차례의 방문 때와 차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직접 공항에 나오지 않았으며 정상 방문때마다 하던 생중계도 없었다. 살만 국왕은 이날 자국을 찾은 걸프협력회의(GCC) 정상들은 공항에서 맞았다.
이를 두고 WSJ는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 지역 국가 왕들은 임기가 9개월 남짓 남은 오바마와 관계 개선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더욱 반영해줄 다음 미국 대통령을 고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시간 짧은 시간 사우디에 머물면서 소원해진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와 예멘 내전, 또한 지난 1월 제재 해제 이후 국제 원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논의도 했다. 같은 시각 애쉬 카터 미국 국방장관도 리야디를 방문해 사우디와 걸프 우방의 안보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강조하며 걸프 지역 국가들과 관계 회복에 힘을 보탰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후 성명을 통해 “이란의 도발적 행위 등 지역내 분쟁을 줄이는데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작년 미국이 사우디의 라이벌인 이란과 서방과의 핵 합의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푸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급속히 악화됐다.
또한 미 의회가 9.11 테러범과 사우디 왕가의 연계 의혹을 인정하고, 테러 피해자들이 사우디 정부나 왕가 등을 고소할 수 있도록 법안을 추진하면서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이 법안 추진에 대해 외국정부의 미국인에 대한 면책 권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만류하고 있다.
앞서 사우디는 미국에서 이같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7500억달러, 한화로 850조원이 넘는 국채 등 미국 자산을 한꺼번에 다 팔아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 방문에 앞서 사우디 정보당국 수장을 지냈던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미국에 어디까지 의지할 수 있는지, 양국 공동의 이익이 뭔지, 재평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