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대표적 경기취약 업종인 건설업종의 부실이 타 취약업종으로 확산되며 철강과 석유화학업체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2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이 6곳이나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 퇴출보다 ‘옥석가리기’에 무게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1802곳 가운데 40곳을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구조조정 업체 수는 2009년 79곳, 2010년 65곳, 2011년 32곳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36곳으로 소폭 늘더니 올해도 40곳으로 늘어났다.
실적저하가 심화되는 6대 취약업종의 평가대상을 늘리면서 지난해 549곳이었던 세부 평가대상 업체가 584곳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업황이 좋지 않은 점도 구조조정 대상 업체가 느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이번 신용위험 평가의 목적이 ‘옥석 가리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퇴출 대상인 D등급이 21개사로 C등급(15개사)보다 많았지만, 올해에는 반대로 C등급이 27개사로 D등급(13개사)의 배에 달한다. 금감원은 워크아웃 개시 전 은행의 채권회수 등 채권은행의 금융제한 조치가 생기지 않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만약 합리적 이유 없이 워크아웃을 중단할 경우 향후 검사를 통해 점검에 나선다.
◇ 40곳 4.5조 빌려…은행 충당금 6803억
구조조정 명단에 포함된 40개사의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모두 4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 3조7000억원, 보험사 2100억원, 저축은행 2300억원, 여전사 700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는 약 6803억원으로 추산됐다. 은행권이 5331억원, 보험사가 591억원, 저축은행이 578억원 등의 순이다. 이는 지난해 충당금 적립규모(1조1000억원)보다 38%가량 감소한 수치로 전년보다 부실채권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다.
금감원은 금융권의 손실흡수 능력 등을 감안하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충당금 적립으로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0.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수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 선임국장은 “기업 구조조정이 금융기관으로서는 현재 손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를 막고 우량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