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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금메달리스트가 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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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연 기자I 2026.09.23 09: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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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인그룹, 2018년부터 전동휠체어 지원…누적 4000대
노영훈 군, 배드민턴 도전해 국제·국내 대회 금메달
올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제도 밖 아동 지원도 지속”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2019년 6월 인천에서 열린 ‘세잎클로버 페스티벌’. 상상인그룹이 후원하는 휠체어 사용 아동 체육대회에 당시 여덟 살이던 노영훈 군은 아동용 전동휠체어를 타고 참가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노 군은 그전까지 유모차에 의지해 이동했다. 몸에 비해 작은 유모차를 타다 보니 발이 접질리는 일도 잦았다. 그러던 그해 상상인그룹(대표 유준원)의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를 통해 첫 전동휠체어를 지원받았다.

노 군은 당시를 떠올리며 “조이스틱(휠체어를 손으로 조작하는 손잡이)을 사용하면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면서 노 군의 일상도 달라졌다. 혼자 등하교를 할 수 있게 됐고 집에서 은계호수공원까지 이동 범위도 넓어졌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운동장으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는 “혼자 등하교가 가능해지고, 친구들과 놀면서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노영훈 군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2026년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배드민턴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거머쥐고 선생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상상인그룹)
노영훈 군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2026년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배드민턴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거머쥐고 선생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상상인그룹)
유모차 타던 여덟 살 소년, 국제대회 시상대에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새로운 도전도 이어졌다. 학교 현장체험학습에 빠짐없이 참가했고 배드민턴 선수로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2025년 두바이 아시안유스페러게임 남자단식 WH2에서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올해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남자단식 WH1·WH2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덟 살 때 유모차에 의지했던 노 군은 어느덧 중학교 2학년이 됐다. 그는 “전동휠체어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신감이 뿜뿜 올라온다”고 답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배드민턴이고, 취미로 탁구도 배우고 있다. 목표는 명확하다. “배드민턴 국가대표가 돼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노 군은 상상인그룹의 전동휠체어 지원에 대해 “저에게는 자유와 자신감을, 가족에게는 제 꿈을 함께 응원할 힘을 준 시간이었다”며 “전동휠체어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날개였다”고 말했다.

9년간 전동휠체어 4000대 지원…음악교육으로도 확대

노 군의 사례는 상상인그룹이 9년째 이어오고 있는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의 하나다.

상상인그룹은 2018년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초기 10대 수준이었던 지원 규모를 전국 단위로 확대했고, 지원 대상 연령도 2018년 6~13세에서 2021년 6~18세로 넓혔다. 현재까지 누적 지원 대수는 4000대를 넘어섰다.

지원 과정에서 장애 등급이나 가정 형편을 별도로 따지지 않고 휠체어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신청할 수 있도록 지역·소득 기준을 두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성장하면서 기존 휠체어가 몸에 맞지 않게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재지원 상담도 이어가고 있다.

지원 범위는 전동휠체어에서 문화·예술 분야로도 넓어졌다. 상상인그룹은 2023년부터 음악·예술교육 전문 비영리단체 ‘하나를위한음악재단’과 함께 ‘아카데미 상상인 음악교육’을 운영하며 휠체어를 사용하는 아동에게 바이올린과 비올라 등 악기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휠체어 사용 단원으로 구성된 ‘상상휠하모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어린이병원 등에서 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 (사진=상상인그룹)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 (사진=상상인그룹)
아동용 전동휠체어 건강보험 적용…민간 지원도 계속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던 지원은 올해 공적 지원으로도 확대됐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아동용 전동휠체어를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하면서다. 기준금액 380만원 가운데 90%인 342만원을 보험급여로 지원받을 수 있게 돼 본인부담금은 38만원으로 낮아졌다.

성장기 아동은 신체 변화에 따라 휠체어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이번 건강보험 적용으로 가정의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노 군 역시 향후 성장에 따라 새로운 전동휠체어가 필요할 경우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상인그룹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 이후에도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건강보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장애·희귀질환 아동 등을 대상으로 민간 차원의 지원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는 “영훈이의 금메달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동의 자유를 얻은 아이들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마련한 것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뿐이었고, 그 이상을 만들어낸 것은 영훈이 자신”이라며 “앞으로도 4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저마다의 꿈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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