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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작가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저의 부주의로 벌어진 일이며, 제 잘못이다. 깊이 사과하고 반성한다”며 이같은 입장문을 올렸다.
앞서 정 작가와 과거 교제 사실을 밝힌 김현지씨는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김현지, 김현지 되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 작가와 교제 시절 나눴던 개인사가 정 작가의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현대문학·2019)와 ‘브레이브 뉴 휴먼’(은행나무·2024)에 인용됐다면서 정 작가에게 사안에 대한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정 작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의 캐릭터 권정현지의 이름을 보고 김현지씨가 받을 충격과 아픔을 깊이 고려하지 못했다.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의 내용으로 받은 아픔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출판사와 협의해 가능한 조치를 모두 취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권정현지는 제가 인공자궁을 다룬 여러 소설에서 여러 형태로 변주한 캐릭터”라며 “‘브레이브 뉴 휴먼’에서 김현지씨의 삶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또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 중 ‘스토커’ 챕터 부분은 “제가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일로, 실제 인물을 특정할 수 없게 변형해서 서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겪은 일은 모두 쓸 수 있다는 식의 창작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다만 대부분의 문학작품에는 작가 본인의 경험이 포함될 수밖에 없으며, 이 경험에는 언제나 타인이 함께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 역시 사과와 후속 조치를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몇몇 모티프만으로 개인의 삶이 도용됐고, 소설 속 인물이 실제 인물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제 실수나 잘못에 대한 변명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라며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는 “이 사건으로 며칠 사이에 매우 큰 비난을 받고 있다”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미 많은 일들이 취소되었다.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존엄 역시 무너졌다”며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사과와 인정만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지금 당장 이루어지는 수습보다 진실을 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사과나 인정이 두려운 게 아니라, 진실이 아닌 일이 진실이 되는 것이 두렵다”면서 “앞으로 있을 일도 정직하고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