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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은행들이 여전히 단축영업을 계속 이어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쓴소리에 나섰다. 은행의 점포 방문 일정까지 만들며 공개적으로 ‘원복 요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은행권 수장인 김광수 은행연합회장과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자리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대놓고’ 영업시간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선 건, 국민 불만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은행권의 움직임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은행영업 시간을 정상화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여전히 은행들은 ‘묵묵부답’ 상태에 가깝다.
은행들 영업시간이 바뀐 건 2020년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은행들의 기본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4시까지였다. 그러자 2020년 2월 대구ㆍ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직원보호와 코로나 확산방지 등을 이유로 노사 합의를 통해 은행 영업시간을 앞뒤로 30분씩 단축했다. 이후로 은행영업 시간은 오전 9시반부터 오후 3시반으로 고정됐다.
물론 당시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은행 점포를 방문하는 사람도 적었다. 이 때문에 영업시간 단축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금융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은행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대다수의 업무가 가능해지자 은행 방문객이 빠르게 줄었다.
그러나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거나, 지점방문이 꼭 필요한 업무를 위한 사람들에겐 고역이었다. 게다가 은행들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점포수까지 빠르게 줄여나가면서 그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은행들은 지방을 시작으로, 수도권지역에서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없앴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점포수는 지난 2017년 6789곳에서 2020년 6405곳, 2021년에 6094곳, 지난해 상반기에는 5924곳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2017년과 비교하면 무려 1000곳의 은행점포가 사라졌다. 결국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많은 번화가로 나가 업무를 보거나, 직장인의 경우 휴가를 쓰고 은행 업무를 봐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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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은행 영업시간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업시간 원복은 노사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한 노사 합의조건은 ‘실내 마스크 해제 시’로 명시돼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방역 조치가 완화된 상황이지만 정부에서도 실내마스크 해제는 아직 풀지 않은 만큼, 영업시간 정상화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 정상화되면 영업시간을 원복하기로 했는데 현재 중국발 이슈도 있고 오히려 출입국 사무소에서는 방역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은 불특정 다수가 찾아오는 만큼, 직원을 위해서도 있지만 고객 감염방지를 위해서도 빠른 정상화는 어렵지 않을까싶다”고 말했다.
금융 노사의 속내도 ‘영업시간 단축’ 기간을 길어지게 하고 있다.
노조 측은 점포 운영 시간이 줄어듦으로써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다. 은행권은 현재 ‘근로시간을 주 4.5일로 더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 줄어든 업무시간을 늘려 업무 강도를 높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측 또한 은행 점포 운영시간을 굳이 늘려 비용을 쓸 이유가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측이나 노조측 모두 영업시간을 정상화하자는 얘기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곳은 없다고 알고 있다”며 “지난달까지도 태스크포스(TF) 얘기만 나오고 구성하지 않다가 최근에서 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원장이 나서 쓴소리를 했으니 논의는 시작하겠지만 얼마나 발전적인 얘기가 오갈지는 미지수”라며 “이건은 금융위원장도 노사 합의사안이라 강제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은행권 노사측은 영업시간 정상화 등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르면 내주 공식적인 회의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