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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사장은 분자진단 전문회사인 랩지노믹스에서 신약개발 총괄을 맡게 됐다. 그의 첫 작품은 페리틴(Ferritin) 플랫폼기술을 적용한 코로나 다가백신 후보물질 ‘LGP-V01’이다. 페리틴은 인체내 철분을 수송하는 수송체다. 철 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단백질로 혈액과 세포에 모두 존재한다. 일종의 융합단백질(Fusion protein)이며, 항체와 비슷하다. 융합단백질은 단백질에 한 개 이상의 다른 단백질의 유전자를 연결시킨 후 발현시키는 인공, 재조합 단백질을 말한다.
김 부사장은 “페리틴은 오랫동안 연구해온 물질이며, 암에 가서 잘 붙는 특징으로 인해 2010년 이전까지는 진단용으로 사용해왔다. 의약품 적용 연구는 뒤늦게 2015년 전후부터 시작됐다”며 “체내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생분해성을 지니고 자체 독성이 거의 없으며, 면역원성도 거의 없다. 임상적으로 고농도의 페리틴 부작용 가능성 역시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 입자를 담아서 이동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약물전달체로 이용 가능한 것이다. 구조변형을 통해 최대 24개의 원하는 입자 항원을 페리틴에 부착, 혈액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특히 20nm 이하의 크기로 피하 투여 이후 림프로 잘 전달돼 백신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페리틴 기술을 적용한 백신 중에서 임상에 착수한 파이프라인은 총 4건이다. 미국 육군의 월터 리드 육군 연구소(WRAIR)에서는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임상 1상에 착수했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에서 인플루엔자(Iinfluenza) 2건과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pstein Barr virus) 1건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그는 “백신은 효능과 안전성, 가격, 상온보관, 글로벌 생산용이성, 변이대응, 다가백신 적용 등 7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mRNA 백신은 콜드체인 없이 보관이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프로토콜을 줘도 자체 생산하기 쉽지 않다”며 “반면 페리틴은 상온보관이 가능하고, 5~10가 백신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WRAIR의 인비보(in vivo, 동물실험)에서 페리틴이 mRNA보다 10배이상 높은 중화항체 수치가 나왔다. 생산도 항체의약을 CMO(위탁생산)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 페리틴은 7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플랫폼기술이다”고 강조했다.
상용화된 코로나 백신 중 가장 효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mRNA 플랫폼기술은 여러 특허 문제가 얽혀있다. 결국 코로나 백신 개발에서 기술과 자본력뿐만 아니라 특허 확보가 관건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특허와 관련해 김 부사장은 “페리틴을 활용한 백신은 코로나가 터지면서 주목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적으로 특허 출원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페리틴 자체에 대한 특허는 대부분 만료됐고, 모디피케이션(modification) 특허들을 내고 있다”며 “랩지노믹스도 다가백신 모디피케이션과 관련된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은 분화, 유전자 변형 등을 통해 단백질을 변형하거나 개량해 체내에서 더 뛰어난 효능을 내도록 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모디피케이션이라고 부른다.
그는 “다가백신 비임상 올해 말에서 내년초 마무리, 내년 상반기 임상 진입, 2023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 변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델타를 넘어 람다, 감마변이 등 강한 전염력, 치사율이 높은 변이가 나오면서 재유행이 시작됐다. 유일한 해결책은 앞서 얘기한 백신의 7가지 조건을 다 가진 백신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페리틴 개발과 함께 넥스트 플랫폼기술을 찾고 있다. 다가백신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에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연구개발(R&D) 능력만큼 과감한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도 중요하다”며 “랩지노믹스는 1년 안에 새로운 플랫폼기술을 도입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김 부사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