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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육군 부대를 지휘하다 카불이 함락되기 직전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3성 장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미 사다트는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가장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맺은 평화협정이 우리를 파멸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협정으로 미군과 연합군 규모가 축소됐고, 아프간 보안군에 대한 미국의 교전규칙이 하루아침에 바뀌며 탈레반이 더 대담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탈레반은 미군이 나가기만 하면 승리가 따라온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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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을 피해 도주한 가니 전 대통령을 향한 원망도 드러냈다. 사다트 장군에 따르면 가니 전 대통령은 카불 함락 직전 그를 아프간 정예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사다트 장군은 “15일 카불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은 줄 몰랐다”며 “그는 카불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임무를 맡기고 도주했다”고 적었다.
가니 전 대통령이 서둘러 아프간에서 탈출하면서 탈레반과 과도기 동안 임시협정을 체결하려는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고 사다트 장군은 꼬집었다. 그는 “엄청난 배신을 느꼈다”고 적었다.
비난의 화살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에 집중됐다. 사다트 장군은 “아프간군이 스스로를 위해 싸울 의지가 없는 전쟁에 미군이 참전해서도 안 되고 죽어서도 안 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아프간 육군이 전투 의지를 잃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것은 지난 몇 달 동안 미국 파트너들이 우리를 버린 탓이며, 바이든이 우리를 무시하고 무례하게 대한 탓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아프간 지도부가 아프간군에 명확하게 지침을 내리지 않았으며, 미국이 지난 20년간 제공해 온 기술적 지원을 잃으며 무력해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프간군 자체의 부정부패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도 짚었다. 사다트 장군은 “가니 정부의 부패가 고위 군사 지도부로 흘러들어 지상군을 무력화했다”며 “이는 국가적 비극”이라고 했다. 군대를 구성하는 이들이 전문성이 아닌 개인적 유대를 중시한 탓에, 군사경험이 부족한 이들로 꾸려졌고 군대 내 부정부패 때문에 식량 배급과 연료 공급이 밀리면서 부대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사다트 장군은 “우리는 정치와 대통령들로부터 배신당했다”며 탈레반군과의 전투 패배는 “군사적 패배였지만 정치적 실패에서 비롯됐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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