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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거짓말 대가 따라" 실형 구형에…숙명여고 쌍둥이 "정의가 뭐냐"

하상렬 기자I 2020.07.17 15:15:07

교무부장 아버지와 공모해 시험문제 유출한 혐의
檢 "동급생들 19년 피·땀 물거품으로 만들어"
각각 장기 3년에 단기 2년의 징역형 구형
쌍둥이 언니 "무엇 하나 바로잡힌 것 없어" 반박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른다.”

검찰이 숙명여고 교무부장인 아버지와 공모해 수차례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를 이같이 질타하며 재판부에 실형을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쌍둥이 언니는 “검사님이 말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며 강하게 항변했다.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사진=연합뉴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결심공판에서 쌍둥이 자매에 각각 장기 3년에 단기 2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 범법자에게 2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때는 단기와 장기를 구분해 선고한다.

먼저 검찰은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해본 사람과 자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 정기고사 석차를 위해 어느 정도 공을 들이는지 모두 안다”면서 “피고인들은 동급생과 학부모의 19년간 피와 땀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아버지에게 징역 3년의 중형이 확정된 후에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고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실력으로 이룬 정당한 성적인데도 음모의 희생양이 됐다며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검찰은 “이 사건은 학교 성적의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확대시켰고, 수시 폐지에 관한 국민청원도 올라온 만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다”며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르며 이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쌍둥이 자매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혐의를 지속 부인해왔던 쌍둥이 자매는 최후진술에서도 검찰의 이같은 질타와 당부에 강하게 항변했다.

쌍둥이 자매 언니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장래희망이 역사학자다. 무언가를 잊고 사라진다는 충격을 스스로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학교생활 내내 정확한 기록, 정밀한 언어, 정당한 원칙이 있었고 모든 일을 겪었지만 제 신념은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는 노력하는 곳이었지 싸우는 곳이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대로 답안을 적은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검사님이 말한 정의는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무엇도 바로잡힌 게 없다”고 항변했다.

쌍둥이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제시한 의견에 대해 검찰 측이 답변하지 않아 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사건에는 직접 증거가 하나도 없이 간접 증거만 있다. 아버지가 유죄가 확정됐다는 사정 때문에 선입관을 갖지 말고 원점에서 고민해달라”고 호소했다.

쌍둥이 자매 선고공판은 오는 8월 1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시험문제 답안을 외워 시험을 치러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딸보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 현씨는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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