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이순신 동상 그대로…세종대왕 높은 곳 앉아계실 분 아냐”

김보경 기자I 2019.05.13 11:20:00

1~8일 유럽·중동 순방 기자간담회
광화문 동상 이전 반대여론 수렴… 작가와 함께 고민중
사대문안 5등급차량 제한, 시민 미세먼지정책 동의할거라 믿어
서울공항, 민간수송 일반공항 전환해 수도권 수요 맞춰야

박원순 서울시장


[텔아비브(이스라엘)=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관련 논란이 된 동상 이전에 대해 이순신 동상은 그대로 두고, 세종대왕상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상징할 적정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광화문 재구조화를 위한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당선작의 설계에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이전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는 비판여론이 들끓자 연말까지 공론 과정을 거쳐 시민의견을 존중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순방 중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광화문 광장 동상이전 이슈에 대해 “시민이 익숙해져 있어서 바꾸는 게 쉽지 않다”며 “비판 여론이 많아 이순신 동상은 옮기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종대왕 동상은 시민 의견과 작가의 의견을 모두 수렵해 적당한 곳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애민정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신 세종대왕은 황금옷을 입고 그렇게 높은 자리에 앉아 계실 분이 아니다”며 “작가와 함께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 재구조화로 현재 왕복 10차로인 세종대로가 왕복 6차로로 좁아지게 되면 교통체증이 우려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도심의 승용차 통행량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녹색교통진흥지구(사대문 안)에 5등급 차량 상시제한, 종로 차선 감소 등 승용차는 기본적으로 제한할 수 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 동향도 차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불편하게 할까.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할까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사대문 안에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상시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속 전까지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미세먼지 문제 대해서는 시민들이 불편해도 다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며 “7월부터 5등급 제한하면 실제 단속은 12월부터 하게 되는데, 6개월 동안 서민들 특히 생업 종사자들은 폐차지원이나 저감장치 부착 등을 서울시가 지원해서 억울하게 벌금내는 사람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혁신창업 정책에서 주력하고 있는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의 새로운 브랜드도 주문했다. 박 시장은 이스라엘에 앞서 방문한 영국 런던에서 ‘메드시티’(Medcity)를 방문했다. 메드시티는 영국 동남부를 대표하는 바이오 창업 인큐베이터 시설이다. 박 시장이 공들여 세운 서울 홍릉 바이오허브와 유사하다.

박 시장은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는 이름이 너무 길고 재미가 없다”며 “‘메드시티’, 싱가폴의 ‘바이오 폴리스’ 처럼 축약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간 펀드 조성에 서울시가 지원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에 1100조 유동자금이 범람하고 있는데 펀드를 만들어 창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1조 정도를 (투자해) 민간펀드를 만들고 서울시가 거기에 이자를 보장해주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시장은 영국 런던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을 민간수송이 가능한 일반공항으로 전환해야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영국 루턴공항(LCC 노선 전담)을 보면 사람들이 정말 많다. 우리도 이처럼 저가항공 전용 공항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며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을 민수용(민간수송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세기가 1년에 몇 편 뜨지도 않는다”며 “항공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구 2500만명이 있는 수도권에 현재 공항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2곳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공군기지 내에 위치한 서울공항은 군사시설로 민항기 이착륙은 특수 목적을 수행할 때만 가능하다. 대통령의 해외방문 및 해외 국빈들의 방한 시에 자주 이용된다. 박 시장은 “수도권 내에 공항을 신설하기에는 재정 부담도 크고, 마땅한 입지 찾기도 쉽지가 않다”며 “서울공항을 민간수송용 공항으로 전환해 수도권 내 수요대비 부족한 공항 증설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공항을 일반공항으로 전환할 경우 서울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박 시장은 “국내 제조업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어 서울시가 사는 길은 관광, 마이스산업(MICE·부가가치가 큰 복합전시 산업), 케이팝(K-POP) 등의 한류”라며 “서울의 경우 연간 관광객 수가 이제 사드(THAAD·지상발사탄도탄 요격 미사일 체계)한파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산, 울산 등 경남지역인 동남권은 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수도권으로는 사람들이 계속 몰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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