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한국 방송 콘텐츠 제작 시장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우리 콘텐츠의 직접 중국 수출은 중국 정부의 규제로 좁아지는 가운데 한국 제작사들은 중국 거대 자본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22일 오전 국회에서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측 간사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공동 주최로 FTA 이후 방송산업 위기 해법을 논의하는 토론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제작사,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중국과 한국 시장간 비대칭적 개방, 중국 자본의 한국 시장 예속으로 우리 방송 산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中 자본의 무차별 유입 이미 시작
토론 참석자중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컸던 패널은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국장이다. 박 국장은 드라마 외주 제작사를 대표해 이날 토론회에 나왔다.
박 국장은 “중국 자본에 잠식되는 현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며 “처음에는 작품을 수입해가더니 이제는 잘나가는 인력들 영입에까지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공동 제작이라는 미명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며 “한국 제작사는 콘텐츠 제작 대행만 할 뿐 권리는 중국이 가져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중국 자본 침투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도 제시했다. 그는 “중국 제작사들이 한국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해가고 있다”며 “예컨대 100억원의 제작사라면 최소 2~3배 정도 인수합병 자금을 제시한다”고 했다.
박 국장은 “중국 측으로부터 2000억원에 달하는 제작 제안도 받았다”며 “제도적으로 외주제작사를 억압하는 현재와 같은 제작 풍토에서는 (차라리) 중국으로 진출하겠다”고 토로했다.
◇中만 得보는 시장 구조..韓 경쟁력↓ 우려
지상파 방송 쪽도 한중 FTA 이후 중국 자본의 유입을 우려했다. 이선의 한국방송협회 정책전문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콘텐츠 제작 시장이 중국에게 활짝 열려 있는 반면 중국 콘텐츠 시장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중국은 2013년 해외 포맷 수입 제한, 내년 4월부터 인터넷 해외드라마 편성 규제 사전 심의 제도를 도입해 콘텐츠 수입을 엄격히 제한했다”면서 “그러면서 중국 미디어 기업은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국의 우수 제작진을 영입하고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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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방송사, 제작사 간 상생을 위한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며 상호 민간 차원의 ‘업계 자발적 외주상생 TF 구성을 제안했다.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사그라든 일본내 한류 열풍을 예로 들어 중국내 한류 열풍이 순식간에 잦아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 교수는 “일본 한류는 순수한 소비자시장이었던 반면 중국 한류는 한국 제작 노하우를 받아 직접 생산에 적용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대로 가면 자본에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업체들에 역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툼보다는 보완적 상생 길 찾아야
토론회 공동 주최자인 우상호 의원은 “산업으로의 방송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상대적으로 너무 소홀히했다”며 “그 사이 지상파 수익구조 악화, 유료방송의 저가화, 새로운 다매체 출연의 축소가 진행됐다”고 진단했다.
조해진 의원도 “우리 방송산업이 광고, 콘텐츠 부문에서 굉장히 취약한 경쟁력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특정 영역이나 특정 업계의 문제가 아니고 외주 제작사 기타 방송산업 종사자 등 모든 주체에 동시적으로 왔다”고 우려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했던 박건식 한국PD협회 회장은 “지상파와 외주제작사가 서로 물고 뜯는 극단적 대립이 아니라 한미·한중 FTA 상황에서 보완적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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