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에 강력히 반발했다.
김영배 경총 회장직무대행은 17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01회 경총포럼에서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비판”이라며 “투자 확대를 위해선 기업 스스로 투자할 환경을 조성해야지,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을 제약하는 입법이나 사회 분위기는 오히려 투자확대를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앞선 16일 취임 후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가계로 흘러들어 가게 하기 위해 적절한 과세와 인센티브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김영배 회장직무대행은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아니라 공장, 토지, 영업권을 포함한 주요 자산의 장부상 숫자”라며 “투자를 늘리면 현금자산이 유형자산으로 바뀔 뿐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의 주장처럼 사내유보금은 2008년 306조원에서 443조원으로 크게 늘었으나 이중 실질적인 투자 여력을 나타내는 현금성자산 비중은 18.0%(55조원)에서 15.2%(68조원)로 오히려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내유보금을 줄이라는 것은 기업이 이미 투자한 공장과 기계를 처분하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는 결국 정책이나 경제적 여건에 따른 것”이라며 “우호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면 투자는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또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규제를 혁파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려야 현실적인 내수경기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금을 올려 가계소득을 높이고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경제에 대한 상황인식이 부족한 이론적 접근”이라며 “소비 진작 효과를 보기 위해선 저임금근로자의 임금을 높여야 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열악한 중소·영세기업에 근무하고 있어 그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고용률 70%를 달성한 국가를 보면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경제 활성화를 이루었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노동시장 개혁 실패로 경제회복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체감 청년실업률이 22%를 넘는 등 절대적 일자리 숫자가 부족한 만큼 정규직 보호 중심의 고용규제를 혁파하고, 취업자의 27%에 달하는 자영업자 중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상당수도 임금근로자로 편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최근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환율 변동으로 수출 환경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을 위해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우호적 투자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