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R&D 화학물질은 등록면제‥당정, 재계요구 선별 반영

김정남 기자I 2013.09.24 18:35:22
[이데일리 김정남 이도형 기자] “너무 재계의 입장이 부풀려져서 압박하다 보니 국회 입장에서도 여러가지 우려와 고민이 많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 환경부간 당정협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당정협의 시작과 동시에 재계의 요구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그간 재계가 수정을 요구했던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의 수위조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다.

당정은 화평법과 화관법의 재개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재계의 요구에 대해선 이날 주도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법안 자체를 문제 삼는 재계의 주장은 과도하다고 보고, 원안을 큰 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법안의 취지는 살리되 시행령 등을 통해 선별적인 리모델링에 나선다는 게 기본방침인 셈이다. 김성태 의원은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 개정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재계는 그간 화평법을 두고 ‘기업 죽이는 법’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예외없이 모든 화학물질을 등록할 경우 과도한 비용부담이 발생하고, 곧 경영상 애로가 커진다면서 재개정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화관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관법은 화학사고 발생시 매출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내용이 골자인데, 이는 사업의 지속성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란 게 재계의 우려다.

이에 당정은 선별적으로 재계의 요구를 반영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화평법과 화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환경부는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만드는 중인데, 이를 통해 일부 항목 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재계가 요구했던 연구개발(R&D) 목적의 화학물질의 경우 예외적으로 등록을 면제하고, 연 사용량 0.1톤 이하의 소량 화학물질은 등록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성태 의원은 “개정안 취지에서 큰 변경은 없고 일부 보완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또 화관법의 취지도 원안대로 살리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는 “기업이 그렇게 큰 과징금을 부담할 경우는 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방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지난 23일 당정협의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의 범위를 놓고 재계 대신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이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이면 규제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간 재계는 총수일가 지분율 하한선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50% 이상으로 정해 규제 기업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당내에서도 상장사 40%, 비상장사 30% 정도의 지분율 이상이면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결국 규제강도가 ‘센’ 방안을 채택한 셈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당내 반대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계의 입법로비가 다소 과하다는 인식이 새누리당의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입법과정에서 재계의 합당한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까지 전면적으로 손을 대려는 것은 입법권 침해 논란 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누리당과 재계간 시각차는 국회에 계류중인 다른 법안들에서도 나타난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금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재계는 법안 자체를 반대하지만, 새누리당은 신규 순환출자는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관련법안을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 중 하나로 선정해 놓았다.

새누리당은 아울러 대기업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 및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보험 등 비은행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강화 방안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재계와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 관련기사 ◀
☞ 與 "화평법·일감몰아주기 기본틀 못바꾼다"
☞ 당정, 화평법·화관법 수위조절 착수
☞ "화평법? 과도하지 않아"‥심상정, 산업계 주장 강력반박
☞ 재계,통상임금·화평법등에 반대입장 재천명
☞ 화평법 협의체서 하위법령 만든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