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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이른바 ‘코레스폰던트 뱅킹’이라 불리는 관행을 통해 미국 제재를 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100년 넘게 이어져온 은행 간 결제 방식이다. 전 세계 어디서 이뤄지든 달러 거래는 결국 미국 은행을 거쳐 정산돼야 한다. 미국이 국제 달러 거래 대부분을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달러 사용을 끊어버릴 수 있는 것도 이 구조 덕분이다. 하지만 이란에는 이 체계에 몰래 올라탈 통로가 되고 있다.
이란은 위안화나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를 늘리고 있지만, 무역과 중동 내 우방 지원, 군수용 부품 구매에는 여전히 달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홍콩과 두바이 등지에 서류상 회사와 환전소를 두는 그림자 금융망을 구축했다.
이후 거절당할 게 뻔한 미국 은행에 직접 계좌를 트는 대신, 미국 은행과 거래 관계를 맺은 중국이나 UAE 등지의 금융기관을 끌어들였다. 이들 금융기관이 이란과의 연결고리를 숨긴 채 돈을 옮기면 미국 은행은 이란 자금인 줄 모르고 결제를 처리하게 되는 방식이다.
WSJ이 확보한 송장은 해당 경로를 그대로 보여준다. 송장에 따르면 이란의 한 엔지니어링 업체가 중국 공급업체에 회로기판과 센서 15만개를 주문했다. 자동차 제조에 쓰이지만 이란이 무기와 드론용으로도 노리는 부품이다. 공급업체는 65만달러(약 8억 7718만원)를 뉴욕에 있는 미국 청산 파트너를 통해 보내라고 안내했고, 결제 통로로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테자라트은행이 지목됐다.
같은 방식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적지 않다고 WSJ는 짚었다. 미 재무부는 2024년 한 해 미국 은행을 거쳐 이동한 이란 자금이 약 90억달러(약 12조 145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국 은행에 UAE에 있으면서 지분 구조가 불투명한 회사, 온라인 흔적이 없는데 중국 계좌를 쓰는 홍콩 등록 법인 등을 위험 신호로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양보와 중동 적대 행위 중단을 끌어내기 위한 ‘경제적 고립 작전’을 펴며 각국에 이란과 관계를 끊지 않으면 2차 제재로 달러 금융망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진 랭 재무부 대테러자금국 고위 당국자는 “제재 준수는 선택이 아니며 지키지 않으면 대가가 따른다”며 “금융기관들은 이미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손발도 묶여 있다는 점이다. 느슨하게 집행하면 이란 자금이 더 많이 빠져나가지만, 지나치게 죄면 각국이 위안화 같은 대안을 찾아 나서면서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재무부 출신인 알렉스 저든 캐피털피크스트래티지스 대표는 “그 수단을 많이 쓸수록 달러의 대안을 찾을 유인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무부는 방크미스르 UAE 지점에 2차 제재를 물리는 대신 미국 청산 계좌 접근을 제한하는 데 그쳤다. 30일간 소명 기회도 줬고, 미국 은행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예고하지 않았다. 재무부 제재 담당 출신인 제이슨 프린스 에이킨검프 변호사는 “한꺼번에 밀어붙이면 미 정부가 이루려는 목표와 정반대의 파급 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