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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올해 1분기 해외에서 쓴 카드 사용액이 사상 처음 40억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소비는 여전히 정체인 와중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국내에서 쓴 외국인의 카드 사용액은 네분기 만에 뒷걸음질 쳤다.
◇출국자도 늘고 카드 사용액도 늘고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1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쓴 카드 사용금액은 40억2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7.4% 늘어난 수준이다. 1997년 통계가 편제된 이후 분기 기준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설 연휴 등으로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이 전기보다 14.3% 증가한 651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갈아치운 영향이 컸다.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득이 늘며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도 커진 데다 저비용항공사(LCC) 노선 확장, 온라인 상품 확대 등으로 여행비용도 낮아져 해외여행객이 늘어날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 사용된 카드 수는 1323만7000장으로 전기 대비 6.6% 증가했고, 장당 사용금액은 같은 기간 0.7% 늘어난 304달러로 조사됐다. 감충식 한은 자본이동분석팀장은 “해외로 여행 갔을 때 현금을 쓰는 대신 카드를 사용하는 추세로 넘어가면서 카드 사용액이 더 늘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종류별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액이 각각 29억700만달러, 10억2800만달러로 한 분기 사이 6.7%, 9.6% 증가했다. 직불카드 사용액 역시 2.4% 늘어난 8800만달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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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24억54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2.7% 감소했다.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데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사용액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3월15일 중국에서 한국 관광상품 판매가 중단된 이후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은 36만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40.0% 급감했다. 일본 동남아 등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같은 기간 11.2% 감소가 불가피했다.
이성태 부연구위원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도 대량 구매에서 합리적 소비로 바뀌는 모습이 나타난 영향도 있었다”고 봤다.
이는 곧 우리나라 여행수지에도 반영됐다. 1분기 여행수지는 37억4000만달러 적자로 2007년 4분기 이후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여행수지는 우리 국민이 해외로 나가서 쓴 여행지급과,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쓴 여행수입으로 나뉘는데 여행지급은 늘어난 반면 여행수입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