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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 둔화"...미국으로 눈 돌리는 獨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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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I 2014.10.13 15: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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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2000년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아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던 독일 제조업체들 발걸음이 이번에는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값싼 에너지 때문이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비용이 하락하면서 독일처럼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제조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독일 최대 화학업체 바스프(BASF)는 이번달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 새로운 포름산 제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바스프는 2009년 이후 북미 지역에 57억달러(약 6조870억원) 이상 투자해 공장 확장 등을 추진 중이다. 바스프는 현재 더욱 값싼 에너지를 공급 받을 수 있도록 미국내 설비 투자 등에 10억달러의 신규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커트 복 바스프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지역 경제 성장이 더딘데다 에너지 가격 등을 고려할 때 투자 여건과 수익성 측면에서 미국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를 이끄는 수출과 산업생산은 지난 8월 약 5년만에 최저로 떨어졌으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5개월만에 가장 낮다.

국가 보조금 등을 등에 업은 외국 에너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독일 에너지 기업들도 국내 설비 투자를 계속 줄이는 추세다. 독일 전기·천연가스 공급회사 RWE는 지난해 순투자를 50억달러 줄였으며 2016년까지 매년 20억달러씩 줄일 계획이다. 또다른 에너지업체 이온도 독일내 투자를 줄이고 브라질이나 터키 등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 제조업체 가운데 특히 화학, 철강 등 에너지 소비가 큰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며 “유럽의 강력한 친환경정책으로 생산공장 운영이 쉽지 않은 점도 에너지 비용 절감과 더불어 기업들의 미국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美 IT 기업 인수 박차.. 기술 혁신에 올인

세계 경제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IT·서비스업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독일기업의 외국 IT 기업 인수도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 제조업 강국 독일은 IT분야에서 뒤쳐져 필요한 기술들을 주로 미국 등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독일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는 미국의 클라우드 기반 여행 및 비용(T&E) 관련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컨커 테크놀로지스를 83억 달러에 인수했다. 독일 자동차 변속기 전문업체 ZF는 미국 부품업체 TRW를 117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독일 보쉬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2위 자동차 부품 업체로 등극할 전망이다.

세계 11위 독일 반도체업체 인피니온은 컴퓨터, 에너지 효율 제고 기기, 전등, 자동차, 인공위성 등에 들어가는 파워반도체 생산업체인 미국 인터내셔널 렉티파이어를 30억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다. 유럽 최대 엔지니어링업체 독일 지멘스는 미국 종합 에너지 생산장비업체 드레서-랜드그룹을 76억달러에 인수한다.

생산기지 이전.. 獨 실업률 등 장기 경제 전망에 부정적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 거점을 옮기면서 독일의 장기적인 경제전략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셰일가스를 주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에너지 비용을 유럽의 25% 수준으로 낮춰 제조원가 절감을 누릴 수 있는 독일 기업들로서는 호재다. 그러나 유럽이 경제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독일 또한 경제 둔화 우려가 커기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은 독일 실업률에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앵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독일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주 발표된 9월 수출과 공장 수주 데이터가 지난 2009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일 내각이 양적완화(QE) 정책을 반대하면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어려운 가운데 기업들 투자가 경기회복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가장 큰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

독일의 해외투자는 지난 몇년간 늘어 GDP의 2%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커지고 있지만 생산비용 증가 등 투자여건 악화로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독일기업들이 수익성 향상 등으로 독일 은행에 저축한 돈은 2014년 1월까지 4180억달러로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독일 기업들이 경제 침체 전망 등으로 독일과 유럽내 내 투자를 꺼리면서 자금을 묵혀놓고 새로운 해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랄프 와이셔 VDMA 기술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기업들이 생산설비 현대화 등 필요한 투자는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능력을 확장한다거나 하는 대규모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독일 경제가 성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며 “일단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는지 지켜본 다음 투자를 하겠다는 심리가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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