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 알고도 3개월간 쉬쉬한 軍… 수뇌부 문책론 확산

최선 기자I 2014.08.04 16:48:26

내부적으로는 대대적인 점검… 국민에게는 사실 숨겨
육군, 상해치사 등 혐의 살인죄로 상향 적용 검토

한민구(왼쪽) 국방장관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모 일병 폭행치사 사건과 관련해 현안 보고를 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선 기자] 집단 구타 끝에 숨진 육군 28사단 윤모(21) 일병의 피해 경위를 군 당국이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군 수뇌부 문책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4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공식 사과하고, 28사단장을 보직해임했다.

국방부가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28사단 사망사건 관련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사단 헌병은 윤 일병이 의식을 잃은 지난 4월 6일부터 사망일인 같은달 7일까지 사망 원인이 음식이 아닌 폭행이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사고 당일 폭행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국방부가 윤 일병이 사고 당일 약 9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선임병에게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헌병이 확인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일병은 사고 당일 4명의 선임병으로부터 빰을 맞고 배와 가슴부위를 폭행당했다. 또한 기마자세로 버티기,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기, 성기에 연고제 바르기 등 가혹행위도 이뤄졌다. 그런데도 육군은 사고 당일 수 시간에 걸친 구타와 가혹행위 내용을 뺀 채 언론에 사망 사실을 공개했다.

군은 윤 일병이 한달간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대대적인 점검을 펼쳤으나 국민에게 그 과정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육군은 전 부대를 대상으로 부대정밀진단을 실시해 구타·가혹행위 등 3900여건을 색출했다.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은 특별 군 기강 확립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지휘관 화상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면수심의 가해자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군 역시 쉬쉬하고 덮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책임질 사람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은폐하려던 것은 아니’라고 한 장관의 답변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깃털인 연대장 가지고는 안된다. 발본색원을 위해서는 사단장, 군단장, 참모총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방부는 해당 28사단장을 보직해임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또 이번 사건의 재판관할을 28사단에서 3군 사령부로 격상시켰다.

한편, 군 당국은 윤 일병에게 구타 등을 가한 5명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은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군 검찰에서 공판 연기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국민 여론에 따라 (살인죄로)로 공소장 변경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