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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83조 원으로 재계 6위인 포스코를 지휘할 차기 회장 후보로 권오준(64·사진)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이 내정됐다. 포스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권 사장을 차기 회장후보로 단독 추대하는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16일 발표했다.
권 사장은 단독 회장 후보로 추대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선정해 준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선임되면 포스코 전 임직원들의 힘을 모아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도록 이끌겠다”며 “우리 국민들이 자랑하는 기업, 국가 경제 발전에 지속 기여하는 기업으로 위상을 굳건히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권 차기회장은 연구·개발(R&D)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1950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유학길에 올라 캐나다 윈저대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각각 금속공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해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 등을 거쳐 포스코 최고기술책임자에 올랐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철강업계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으로로 성장하기 위한 기술 전문성은 뛰어나다는 평가다.
반면 그동안 포스코에서의 역할을 볼때 경영 능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부문이다. 최근 KT가 외부 인사인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며 대개혁을 예고한 만큼, 포스코도 외부 인사를 수혈해 경영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의견 속에 나온 결정이라 더 그렇다. 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도 다소 부담이다. 권 차기 회장은 서울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의 직속 후배다. ‘정준양 맨’에다 TK(경북 영주)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해외자원개발, 외형 키우기 등의 포스코 경영에 큰 변화 가능성은 적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내부 조차 해외자원개발 사업 등에 대해 조금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정 회장 사람으로 분류되는 권 사장이 개혁을 주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 차기회장 후보를 이른 시간 내 결정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권 차기 회장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오는 3월 14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에 공식 취임한다. 그렇지만 그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계가 구조적인 공급과잉 속에 허덕이는 가운데 포스코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진단이 나올 만큼 경영이 악화돼 있기 때문이다. 2012년 4분기부터 포스코의 분기 영업이익은 단 한 번도 1조 원을 넘지 못했다. 발표를 앞두고 있는 작년 4분기 영업익은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5000억 원 대로 추정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2002년 15개이던 계열사가 2012년 70개로 늘어나며 성장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내부 출신이 다시 포스코 회장을 맡게되면서 ‘방만 경영’의 관행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부담스런 시선을 거둬들이는 것도 권 차기 회장의 숙제다.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포스코를 세계적인 종합에너지 그룹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과제가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 약력
△1950년 경북 영주생(生) △서울대 사대부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캐나다 윈저대 대학원 금속공학 석사 △미국 피츠버그대 대학원 금속공학 박사 △RIST 강재연구부 열연연구실장 △포스코 기술연구소부소장 △포스코 EU사무소 소장 상무 △포스코 기술연구소 소장 상무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포스코 생산기술부문 기술연구소 소장 전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제7대 원장 △포스코 기술총괄 부사장 △현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