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외국인의 한국주식 팔아치우기가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지난 2년간 54조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한국시장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지만, 올 들어서는 2조원가량 팔자우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못 이기며 코스피도 어느덧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157억원 팔자우위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으로는 2조632억원 순매도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차익실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외국인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외국인 변심, 설 연휴 직후부터 강해졌다
올해 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외국인은 1조원 이상 순매수를 보였다. 그래서 이후 야금야금 주식을 팔아치워도 큰 변화로 여겨지지 않았다. 크게 사지도 팔지도 않는 흐름이 지속됐다.
그런데 설 연휴가 지나고서 외국인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설 연휴 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증시들이 크게 올랐지만, 국내 주식 사들이기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그동안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때마다 한국 기업들의 성장에 베팅해왔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설 이후인 이번 한 주 동안 외국인은 2조2600억원 이상 순매도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 지난 2008년 1월 25일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이 판 수치다.
◇그동안 안 팔던 대만 주식도 팔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매도에 나선 배경으로 선진국의 매력도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꼽힌다. 그동안 신흥국은 선진국보다 더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투자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선진국 쪽으로 눈이 돌아가고 있는 것.
게다가 신흥시장의 가격은 이미 상당히 올라있고,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높아져 있어 차익실현 욕구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올 들어 외국인은 신흥시장에서의 주식비중을 줄여오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시장은 팔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깔려 있었다.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적은데다,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가 힘이 될 거라 여겼던 것. 특히 비슷한 상황의 대만 주식을 외국인이 사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런 분석은 힘을 얻었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제 매수세를 유지해 왔던 대만시장까지 팔아치우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른 시장과 비교해 볼 때 국내 시장만의 투자환경 악화는 아니다"면서 "동남아 시장에서 비중을 줄인 이후 이제 한국 시장으로 대상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전망 엇갈려..당분간 더 팔 수 있어
대부분 전문가는 여전히 추세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조정으로 가격 부담도 줄어든데다, IT 등 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도 밝기 때문이다.
또 이날 금리 동결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동결 덕분에 최근 거세지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다소 둔화될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 하락으로 환차익 실현 욕구도 커지고 있다"면서 "환차익 실현 이슈로 매도 가능한 물량은 약 3조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시각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매도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외국인이 대만과 한국증시마저 판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이머징에서 돈을 빼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당분간 계속 팔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