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황현이기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조만간 대만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결정, 이를 11월부터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MSCI 비중 조정을 전제로 대만을 포함한 역내 증시가 대대적인 판도 변화를 겪을 것이란 예상이 분분하게 일고 있다.
국제 투자자들이 MSCI 지수를 주요 투자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이상 비중이 높아진 대만 증시에 대한 해외 자금 유입량이 증대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한국 등 대체관계에 놓여 있는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국인 "바이 타이완" 나서나
MSCI 지수를 산정하고 있는 MSCI는 현재 대만 시장의 비중을 제한하고 있는 투자제한계수(LIF)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는 계획안을 두고 투자자들의 의견을 구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현재 0.55인 LIF를 11월에 0.75, 내년 5월에 1.0으로 높이는 방안과 11월에 0.75로 높인 뒤에 추가적인 상향 조정 여부를 검토하는 방안을 MSCI는 제시했다.
MSCI의 최종 결정은 6월18일까지 나올 예정이지만 분석가들은 MSCI가 스스로 이 같은 제안을 내놨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며 대만 증시에 대한 LIF 상향 조정 및 철폐=투자비중 확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만 증시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대만 증시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대만의 LIF가 1.0이 될 경우 대만 시장의 비중은 MSCI 극동지수(일본 제외) 및 신흥시장 지수에서 공히 1위로 떠오르게 된다.
HSBC자산운용은 "대만 시장에 대한 즉각적인 자금 유입이 있을 것"이라며 "이후 경제 및 기업이익 성장세와 더불어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자금 유입액 규모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난다. HSBC는 LIF가 폐지될 경우 50억~70억달러의 유입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ING투자운용의 전망치는 이보다 한결 크다. ING는 지수비중 조정이 최대 440억달러의 자금 유입으로 귀결될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국 투자 위축 전망
대만 증시에 대한 자금 유입 확대는 역으로 역내 경쟁 시장에 대한 투자 위축을 낳을 전망이다. 특히 지수비중 순위에서 대만에 밀려나는 한국 시장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업종별로는 대만 증시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부문이 외국인 매도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만 TSMC, AU옵트로닉스 등 주요 IT업기업들이 한국 경쟁기업으로부터 외국인의 관심을 앗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대만 경제의 내수가 살아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은행 등 내수업종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즈의 브래드 에이햄은 그러나 비중 축소를 겪을 한국 증시에서 기존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도가 낮아지는 만큼 새로운 매수 주체가 부상할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다.
에이햄은 "한국 증시에서 다소 매도세가 일기는 하겠지만 국내 투자자, 혹은 이제까지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가 미미했던 외국인이 매물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증시에 대한 자금 유출입 구도와 관련, MSCI 비중 효과를 제한할 만한 변수로 정치적 배경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만은 총통 선거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한국은 총선으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 심판이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한편 MSCI의 계획안이 공개되기 이전인 21일까지 대만 증시에서 직전 6거래일 가운데 5거래일에 걸쳐 매도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은 발표가 나온 22일부터 26일까지 3거래일간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