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TV 유은길 경제전문 기자]“지수 창만 열어보면 당장이라도 금융위기가 터질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차분히 숫자를 뜯어보십시오. 시장이 AI 사이클의 조기 급랭 공포를 장부에 과도하게 당겨쓰고 있습니다.”
끝 모를 랠리를 펼치던 글로벌 증시가 거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중동발 포화 속 치솟는 유가, 똬리를 튼 고금리 그리고 “과연 AI로 언제 돈을 버느냐”는 월가의 냉소가 겹치며 여의도와 뉴욕증시 모두 패닉에 휩싸였다. 여기에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미국 중간선거라는 거대한 매크로 분수령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이 집단 비관론에 빠져들 때 거시경제 전문가 김한진 박사의 진단은 달랐다. 그는 지금의 폭락장을 “거품의 파열이 아닌, 펀더멘털을 앞서나간 공포의 과잉 반응”이라고 잘라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임금이 가로막는 인플레 제동장치 봐야
투자자들을 가장 짓누르는 시나리오는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꺾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엄습이다. 하지만 김 박사는 시장이 놓치고 있는 복병으로 ‘임금 인플레이션의 제동력’을 꼽았다.
그는 “유가가 단기 물가를 흔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플레이션의 진짜 심장인 임금 상승세는 전 세계적으로 억제돼 있다”며 “K자형 양극화로 인해 노동자의 임금이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소득이 깎인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 실질 소비 둔화가 찾아오고, 이는 역설적으로 물가의 고삐를 죄는 강력한 하방 브레이크로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이 4%대 초반에서 버티며 고용 시장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로 가더라도 단단한 고용 버퍼가 있어 급격한 충격파보다는 완만한 속도 조절 국면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100달러·금리 5%가 마지노선…차라리 ‘미국 의회 분점’이 낫다
단기 분수령은 유가와 국채금리의 상단이다. 김 박사는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 타결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유가가 진정되더라도 물류비·운송비로 스며드는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수개월간 잔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제시한 위험 임계치는 ‘브렌트유 100달러’와 ‘미 국채 10년물 금리 5~5.5%’다. 유가가 100달러 위에서 장기 체류할 경우 연준의 피벗 발목을 잡아 내년 상반기 국채금리가 다시 5.5%대로 튀어 오르는 고금리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주 예정된 FOMC에 대해선 70~80% 확률로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면서도, 12월과 내년 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동결’의 충격을 경계했다.
반면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시장 통념을 깨는 해석을 내놨다. 민주당의 의회 장악 시 AI 탄소 배출 규제나 빅테크 설비투자 속도 조절론이 제기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권력 분점’이 주식시장에 보약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쏟아지는 돌발 행정명령에 시장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며 “의회가 백악관을 견제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편이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불확실성을 털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빚더미 우려?…2032년 6조 달러 컨센서스는 꺾이지 않았다
최근 반도체주를 강타한 ‘AI 수익성 회의론’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재차 확인했듯 선단 반도체는 여전히 쇼티지(공급 부족)입니다. 올해 기업들의 AI 설비투자가 2배 늘어나는 사이 차입이 4배 급증하면서 신용시장이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덜컹거림이 생긴 것뿐입니다. 금리가 5% 선을 뚫고 폭등하지만 않는다면 자본 조달에 치명적 균열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는 월가가 공인한 글로벌 AI 누적 투자 규모가 2032년까지 6조 달러(약 8,000조 원)에 이른다는 장기 로드맵을 상기시키며 “빅테크의 3분기 성적표를 관통하는 핵심은 펀더멘털의 견고함이며, 시장의 하락세는 일시적 과민반응”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에 대해서도 명확한 시각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상장 철회’라는 결단으로 쪼개기 상장에 따른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털어내고 4.4%대 급반등을 이뤄낸 점을 짚으며, “HBM과 eSSD 주도권을 쥔 핵심 종목들은 단기 노이즈를 딛고 AI 사이클의 연착륙과 함께 다시 주도주로 복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일 장은 귀신도 모른다…현금 30%‘ 쥐고 2차 랠리 타라
김 박사는 변동성의 한복판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을 향해 ’생존의 원칙‘을 말했다.
“주식투자는 오늘 사서 내일 오를지 내릴지를 맞히는 ’홀짝 게임‘이 아닙니다. 내일 주가가 어디로 튈지는 월가 거물도 모릅니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자산의 최소 30%는 반드시 현금으로 남겨두고 포트폴리오를 분산하십시오.”
그는 “폭풍우가 몰아칠 때 살아남아야 맑은 날의 결실을 맛볼 수 있다”며 “현금이라는 안전판을 확보한 채 펀더멘털을 버텨낸다면, AI 거품론의 안개가 걷히는 국면에서 찾아올 ’반도체 2차 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진 박사가 출연한 ’어쨌든 경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이데일리TV와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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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쨌든 경제' 방송 캡쳐] 김한진 박사(사진 우측)가 10월 23일(금)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을 듣고 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260047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