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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들로 인해 미국인 학생보다 더 비싼 등록금을 내는 외국인 학생들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보다 더 강경한 대(對)중국 기조와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등 반(反)이민 정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 가을 학기 미국 대학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 수는 전년보다 7% 감소했다.
특히 2020년 5월 미국 정부는 안보와 연관된 기술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겠다며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승인 요건 등을 대폭 강화했다. 미국 내에서 자칫 스파이로 몰릴 걸 우려한 중국 학생들이 미국 유학 중에 중도 하차하거나 미국행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국 내 중국인 학생 수는 감소했다. IIE 기준 2022~2023학년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28만 9526명으로 집계돼 3년 전 대비 22% 감소했다.
WSJ은 강달러를 유발할 수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들 또한 미 대학을 유럽이나 영국, 호주 대학에 비해 덜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대학의 평균 연간 총 등록금은 10만 달러(약 1억 4632만원)에 육박하는데, 달러 강세인 상황에서 유학생들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으로 인해 강달러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보편관세 부과 등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이어지고, 채권 수익률과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2022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인 108대로 올라선 이후 108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늘어나는 소득세…대학 재정부담 커져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도입한 ‘감세 및 일자리법’(Tax Cuts and Jobs Act, TCJA)의 주요 조항들을 연장하고 추가 감세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는데, TCJA 조항 중에는 학생 1인당 50만달러(약 7억원) 이상 기금을 보유하고 학생 수가 500명 이상인 대학에 1.4% 소득세를 부과하는 조항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를 인상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해당 조항은 대학들이 기부금 등으로 마련한 기금을 운용하면서 발생한 투자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로, 미 국세청(IRS)에 따르면 해당 조항으로 2021년 기준 총 33개 대학이 총 6800만달러(약 994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WSJ은 하버드를 포함해 명문 대학들의 기금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익률이 저조한 점, 기부금이 줄어든 점 등도 명문대학들의 재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하버드는 기금의 4분의 3 이상을 사모펀드, 헤지펀드 또는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장 주식에는 14%만을 투자하고 있다. 베테랑 투자 컨설턴트인 리처드 에니스는 이에 대해 “대체 투자에 과도하게 배분돼 있다”며 “높은 관리 비용과 우월성에 대한 낡은 인식으로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였음에도 미 대학가 내 반 유대주의 논란 등으로 기부금 자체도 감소했다. 지난해 예산의 37%를 기부금에 의존하는 하버드의 경우 지난 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 동안 동문들의 기부금은 11억8000만달러(약 2633억원)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컬럼비아대와 펜실베이니아대는 이보다 더 큰 기부금 감소를 겪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