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제국 '왕좌의 게임' 열리나…2세 승계 본격화 전망

박종화 기자I 2024.04.15 15:26:48

장녀·장남 이어 차·삼남도 이사회 합류
75세 아르노 회장 후계 구도 염두 해석
"가족 때문에 눈 흐려질 수 있어" 우려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명품제국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을 일군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자녀가 잇달아 이사회에 합류한다. 그룹 미래를 맡을 2세 승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해석된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사진=AFP)


◇“26세 막내도 곧 이사회 합류”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LVMH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아르노 회장의 차남 알렉상드르 아르노(32) 티파니앤코 수석 부사장과 삼남 프레데릭 아르노(29) LVMH 시계 부문 최고경영자(CEO)를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미 장녀 델핀 아르노(49) 크리스찬디올 CEO와 장남 앙투앙 아르노(47) LVMH 부회장은 이사회에 들어와 있다. 이번 이사 선임이 이뤄진다면 아르노 회장의 자녀 5명 중 4명이 이사회에 포진하는 셈이다. LVMH 관계자는 막내 장 아르노(26) 시계부문 마케팅·개발 부문장도 곧 이사회에 합류할 것이라고 FT에 전했다.

LVMH 안팎에선 이번 이사회 개편이 아르노 회장의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75세인 아르노 회장이 언제까지고 LVMH를 이끌 수 없긴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LVMH가 중국 등에서 수요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 역시 LVMH가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하는 이유다.

아르노 회장의 또 다른 관계자는 “베르나르 아르노(의 존재)는 분명 영원하겠지만 더 젊어질 수 없기 때문에 더 긴 안목을 갖춘 새 팀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 점진적일수록 좋다”고 말했다.

◇친구 기업 공중분해 본 아르노, 후계 수업에 만전

아르노 회장은 미디어 재벌이던 친구 장뤼크 라가르데르가 갑작스레 사망한 후 준비 안 된 후계자 때문에 라가르데르 그룹이 공중분해되는 걸 보고 승계 문제를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최고경영진을 멘토로 붙여주고 10대 때부터 매장이나 해외사업장 방문에 동행하게 했다.

현재는 LVMH를 지배하는 가족지주회사 지분을 아르노 회장의 자녀 5명이 20%씩 나눠갖고 있다. 그룹 경영에 관한 중요한 결정은 가족 만장일치로 이뤄진다.

아르노 회장은 2세 승계를 도울 조력자론 스테판 비앙키 시계·주얼리 부문 CEO를 낙점했다. 그는 이브로쉐에서도 성공적으로 경영권 이양을 도운 경험이 있다. LVMH 관계자는 “임원진과 원로급 가운데 비앙키는 좋은 코치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계 구도가 어떻게 짜일지, 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핵심 계열사를 맡은 델핀 CEO가 후계 구도에서 가장 앞서 있지만 전문가들은 복수의 상속인이 함께 그룹을 물려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플라비오 세레다 GAM 펀드매니저는 “아르노 회장이 가족에 의해 눈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게 리스크”라며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외부 경영자보다 자녀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LVMH 관계자는 “누가 아르노 회장 뒤를 이을지 어떻게 그룹이 운영될지는 말하기 이르다”면서도 “내 바람은 (승계 과정에서) 감정보다 실력이 우선시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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