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10년’ 책 써낸 임은정 “침묵의 동조자이기도 했다”

김미경 기자I 2022.07.13 13:49:16

첫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 13일 예약판매
단독 저서 처음, 인간 임은정 설명 필요성 느껴
“염치 아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침묵의 동조자이기도 했고, 보고 듣고 겪으면서 계속 고민했다. 더 이상 부끄러움을 눌러 담을 수 없으니까 끓어 넘치더라.”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는 13일 출판사 메디치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 인터뷰에서 내부 고발자로 들어선 결정적 계기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검찰의 치부를 세상에 고발한 10년의 기록과 다짐을 정리한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메디치미디어)의 정식 출간을 앞두고 이날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그가 단독 저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간 ‘계속 가보겠습니다’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했으며 21일부터 일반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부제는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이다.

임은정 부장검사(사진=연합뉴스).
2007년 일명 ‘도가니 사건’ 공판 검사로 이름을 알린 임 검사는 2012년 검사 인사에서 ‘우수 여성 검사’로 선정되는 등 엘리트 검사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2012년 9월 민청학련 사건 재심 공판에서 검찰 상부의 백지 구형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해 화제가 됐다. 이때부터 임 검사는 ‘검찰 내부 고발자’로서 검찰 개혁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최근까지도 검사적격심사에서 심층 적격심사대상에 오르는 등 검찰과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영상 인터뷰에서 책을 낸 이유에 대해 “한 10년 세월이니까 나 스스로도 정리하고 새로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임은정이 왜 저러는지, 나를 지켜보고, 나를 오해하거나 응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조금 설명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까지 꿈이 노벨문학상을 꿈꾸는 문학소녀였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흉악한 공소장만 많이 쓰다가 2013년 2월에 정직 4개월 받고 쉴 때 출판사에서 연락이 많이 왔고, 칼럼을 쓰게 됐는데 한 10년 이상 쌓이다 보니까 이 정도면 길모퉁이에 서서 이제 정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임은정 부장검사의 첫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 표지(사진=메디치미디어).
인간 임은정에 대해서는 “글이 딱딱하다거나 너무 세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서도 “검찰에서 엄청나게 짓밟힐 거라는 걸 알고 떨면서 직을 걸고 내지는 도끼를 목에 걸고 상소하는 선비의 마음으로 쓰다 보니 좀 세게 비친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애교 많은 막내 딸”이라고 웃었다.

검사를 택한 이유로는 부모님의 꿈이었다고 답했다. 임 검사는 “아버지와 어머니 부모님 모두 어려운 가정이어서 공부에 한이 많으셨다. 내 자식들만은 장기를 팔아서라도 첫딸은 교수, 둘째 딸은 의사, 막내는 법관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셨다”며 “부모님의 꿈이 그러셔서 법대 진학을 했고, 그게 나한테도 딱 맞더라”고 말했다.

내부 고발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 관련해선, “초임때부터 별의별 봉변을 직접 겪기도 했고 보기도 했다. 계속 고민을 했었다. 부끄러움을 눌러 담는 그릇에 눌러 담고 눌러 담다가 넘쳐 흘렀던 게 2012년이었다. 계속 끓어 넘치더라”고 설명했다.

임 검사는 염치를 아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다른 공익신고자들은 저처럼 관심 받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한 것에 비해 많은 관심에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면서 “사회에, 역사에 유익한 사람이 되려면 부끄러움을 아는, 염치를 아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렇게 기억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자들을 향해서는 “시대의 힘을, 역사의 힘을, 진실의 힘을 믿고 시대의 역류가 있다 하더라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신뢰하고 저벅저벅 걸어가 주었으면 한다. 그런 마음으로 함께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책은 내부자의 시선으로 검찰의 치부를 세상에 드러내 온 10년의 기록과 다짐이 담겨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그는 책에서 “검찰은 잘못의 무게를 다는 저울”이라고 강조하면서 “현재의 검찰은 자정능력을 상실해 고장난 저울이 됐다”고 썼다.

또한 영화 ‘도가니’의 모티프가 된 ‘광주 인화원’ 사건 공판 검사로서의 기억, 유신 시절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형규 목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한 소회 등을 이야기한다. 고(故)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가 정직 4개월 징계를 받고 5년간 취소 소송을 진행해 최종 승소한 과정도 설명한다.

책에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언, 과거사 재심 사건 대응 매뉴얼 소개, 차기 검찰총장에게 바라는 글, 공정한 저울을 꿈꾸며 등 2011년 9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쓴 총 32편의 글이 실렸다.

한편 1974년 부산출생인 임은정 검사는 1998년 사법시험 40회에 합격했으며 1999년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01년 인천지검 검사로 임관한 후 법무부(법무심의관실), 서울중앙지검, 대검, 법무부(감찰담당관실)를 거쳐 현재 대구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다.

첫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를 출간하는 임은정 부장검사가 13일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유튜브를 통해 영상 인터뷰하는 모습(사진=메디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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