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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욕설에도 속수무책…요양보호사 처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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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유 기자I 2021.06.15 14:22:38

요양보호시설 인권침해실태와 대책 마련 토론회
"성추행 당해도 출근해야…''아줌마'' 소리는 일상"
"法, 보호사 아닌 사용자 위주…보호법 마련해야"
"요양보호사 보호 위한 제도적 개선안 마련할 것"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온갖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도 털어놓을 곳이 없어요.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 편히 어르신을 돌보고 싶어요.”

가정에 방문하거나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이 현장에서 폭언·성희롱 등 각종 인권침해에 노출돼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제도가 미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구방문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필수인력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과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요양보호시설 인권침해 실태와 정부부처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현직 요양보호사들이 토론회에 참석해 폭언·성추행 등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파출부 취급은 일상…성추행·위험 노출돼도 대책 없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과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등 주최로 ‘요양보호시설 인권침해실태와 정부부처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관계부처인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현장 요양보호사들이 직접 자신들이 겪은 성희롱, 폭언 등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방문요양보호사 이영숙씨는 “지난해 8월 긴급 돌봄으로 80대 어르신 서비스를 담당했는데 설거지를 하거나 신발끈을 정리할 때 뒤에서 끌어안았다”며 “서비스 종료 후 센터에 얘기했지만 ‘우리 기관은 2인 1조 서비스는 없다’라며 대책도 강구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특별한 보호 대책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요양보호사 중에서도 특히 가정으로 방문하는 재가요양보호사의 경우 ‘가정부’나 ‘파출부’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국요양서비스노조가 지난 3월 전국 요양보호사 5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보호사 중 ‘아줌마’라는 호칭을 듣는 보호사는 13.1%였고, 절반 이상인 72.7%가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재가방문요양센터에서 근무하는 보호사 중에서는 ‘아줌마’라는 호칭을 듣는 보호사가 51.2%에 달했다.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경우는 18.3%에 불과했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요양보호사의 호칭을 제대로 부르자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우울감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들의 건강권과 인권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및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직 요양보호사들이 보건복지부와 국회의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사진=공지유 기자)
“사용자만 보호하는 기존 제도…요양보호사 보호법 마련해야”

기존 제도와 법적 사각지대로 인해 제대로 된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요양보호사 건강 보호 매뉴얼을 중심으로 한 인권침해 대책’에 대해 발제한 최은희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는 “산업안전법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는 대상자와의 계약으로 근무시간이 정해지는데, 한 달 근무시간이 60시간이 되지 않는 경우 안전보건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이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요양보호자와 이용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대상자가 감염위험이 있는지, 치매 등으로 분노 문제가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없어 추후 문제가 됐을 때 요양보호사가 피해를 입는다”며 “계약 시 관리자와 보호사가 함께 가정을 방문하고 대상자와 가족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요양보호사에 관한 법이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으로 나눠져 있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주희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요양보호사 일방에게만 인권교육을 실시하게 돼 있고, 수급자에 대한 교육은 기관 재량 및 선택사항으로 명시돼 있다”며 “폭언 등으로부터 요양보호사를 보호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수급자를 관리하는 건강보험공단에 조치 의무를 지우는 등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궁극적으로 요양보호사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한 법령이 전혀 존재하지 않아 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요양보호사 지위 향상 특별법이라든지 돌봄노동자 기본법 등 요양보호사들의 다양한 현실을 적용할 수 있는 종합법률이 짧은 시간 내에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관계부처도 현행 요양보호사들의 실태와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노인요양 관련) 인권교육이 서비스를 받는 쪽에 대한 학대 예방에 중점이 돼 있다 보니 요양보호사들을 위한 제도적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건강보험공단에서 환자 등급을 매길 때 인권 관련 교육을 의무화한다거나, 방문요양보호사들이 가정방문을 할 때 센터장이 함께 가도록 하고 기관장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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