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요' 선화공주 묻힌 '익산 쌍릉 소왕릉' 손본다

오현주 기자I 2021.04.01 11:32:11

백제 무왕과 부인이 묻힌 대왕릉·소왕릉
그중 소왕릉 훼손지형 복구하는 재정비
무덤 앞쪽에 탐방로 만들어 일반공개도

익산 쌍릉 중 소왕릉을 발굴·조사하는 모습(사진=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백제 설화 ‘서동요’의 선화공주가 묻힌 묘를 손본다.

문화재청은 전북 익산시와 함께 익산 쌍릉(사적 제87호) 소왕릉 재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백제왕도 핵심 유적 보존·관리사업의 일환인 이번 재정비는 이달 시작해 오는 7월에 완료할 예정이다.

익산 쌍릉은 익산시 석왕동에 있는 백제시대 무덤으로, 북쪽의 대왕릉과 남쪽의 소왕릉을 합쳐 쌍릉이라 불러왔다. 대왕릉과 거기서 180m쯤 떨어진 소왕릉은 익산에 새로운 백제를 세우려 한 무왕(재위 600∼641)과 그의 부인 선화공주가 묻힌 것으로 전한다. 무왕과 부인은 ‘서동요’ 주인공. 서동요는 신라 제26대 진평왕 때 백제의 서동(무왕의 어린시절 이름)이 지었다는 민요 형식의 노래다.

익산 쌍릉에 대한 정비는 그간 여러 차례 있었다. 1917년 일본인 야쓰이 세이이쓰가 처음 조사했고, 100년 뒤인 2017∼2019년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문화재청과 익산시 지원으로 다시 발굴조사에 나섰다. 이 중 지난해 소왕릉에 대한 재정비계획을 세웠다.

이전 대왕릉 조사에서는 규모·축조기법에 비춰 백제 왕릉급 무덤이 확실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다만 소왕릉에 대한 분석은 아직 분분하다. 선화공주가 묻혔을 가능성이 크나 사택적덕의 딸, 아니면 또 다른 인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왕릉은 대왕릉과 같은 횡혈식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돌방무덤)으로, 시신을 수직으로 안치하는 무덤 양식과 달리 수평으로 무덤방에 옮겨 안치하는 양식이 쓰였다. 무덤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흙을 다시 파내 만든 길인 ‘묘도’도 지난번 조사에서 추가로 확인했는데, 하지만 묘도 앞 지형 상당 부분이 현대에 깎여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재정비를 통해 묘도 앞 훼손된 지형을 복구한 뒤, 무덤 앞쪽으로 시민들이 진입할 수 있는 탐방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관계자는 “그간 왕릉에 다가서기 위해 무덤 뒤쪽을 통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재정비로 고대 백제의 장례행차가 지나간 길을 통해 소왕릉 앞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항공사진을 통해 본 익산 쌍릉. 새롭게 개설할 탐방로의 위치도 보인다(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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