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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부진 속 경기를 뒷받침하던 서비스업 생산이 0.7% 줄며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업종별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운수(1.9%), 숙박·음식점(1.9%) 등이 소폭 증가했지만, 경영 컨설팅업 부진 등으로 전문·과학·기술(-5.3%) 등이 가라앉으며 지표를 끌어내렸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하반기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차 판매량이 줄며 관련 도소매업이 타격을 받았고, 무더위로 스포츠 행사 등도 줄어든 여파”라고 말했다.
광업·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1.4% 늘며 선방하긴 했다. LCD(액정표시장치)를 포함한 전자부품(6.4%), 자동차(3.7%), 반도체(3.2%) 등의 생산량이 주로 늘었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당장 연간 약 2600만대, 월 220만대에 달하던 휴대전화 생산량이 지난달 수출 부진으로 50만 대가량 감소했다. 조선업도 ‘수주 절벽’이 현실화하며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이는 통신·방송장비(-10.6%), 기타운송장비(-3.3%)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달 자동차 생산이 반짝 늘어난 것도 6월 생산량이 급감했던 데 따른 기저 효과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광공업 생산 지표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더 우려할 만한 모습은 소비·투자 분야에서 나타났다.
지난달 국내 소매 판매액은 한 달 전보다 2.6% 줄었다. 2개월째 늘다가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감소 폭은 2014년 9월(-3.9%)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소비 위축을 부른 근원은 정책 효과가 사라진 데 있다. 지난달 개소세 인하 종료 여파로 승용차를 포함한 내구재 판매가 9.9% 급감한 것이다. 승용차 판매액 자체만 놓고 보면 전달보다 무려 26.4% 줄었다. 다만 승용차를 제외한 소비는 1.5% 증가해 전반적인 내수가 나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설비 투자는 11.6%나 감소했다. 낙폭은 2003년 1월(-13.8%) 이후 최대다. 자동차 등 운송 장비 투자가 14.9% 줄며 큰 폭의 감소세를 견인했다. 항공기 수입으로 올해 6월 투자가 반짝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승용차 판매 감소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하반기를 여는 지난달 산업 동향을 “승용차 개소세 인하 종료 등 정책 효과 약화로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조정받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경기 하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내놓은 ‘2016 상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1분기 2.7%(전년 동기 대비), 2분기 3.0%, 3분기 2.5%, 4분기 2.2%로 예상했다. 이른바 ‘상고 하저’ 흐름이다.
경기를 끌어내릴 악재도 많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향후 2~3개월간 수출입 화물 처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하반기 경제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 28일부터 시행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파급력을 짐작하기 어려운 내수시장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윤인대 과장은 “이달에도 추가 경정 예산안 처리 지연, 자동차 파업 등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세가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경 등 재정 보강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친환경 소비 촉진, 신산업 투자 지원 등 정책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