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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즐겨찾는 유튜버 흡연 조장 논란…기준은 ‘깜깜’

이지현 기자I 2019.04.22 12:00:07

미디어 흡연장면 등장 실태 조사 결과 발표
청소년 흡연 조장 막고자 모니터링 강화키로

담배를 권하는 손을 다른 손으로 거절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제공)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청소년이 즐겨찾는 유튜버 10명 중 8명 이상이 흡연 모습을 그대로 노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제한조치도 하지 않은채 이들은 흡연 모습을 10대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때로는 신분증 없이 담배사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22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공개한 오락매체(미디어)에서의 담배 및 흡연 장면 등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담배를 반복적으로 다루는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인 11개 채널 영상 1612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72.7%(1172개)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이 중 86%(1008개) 영상에서는 유튜버가 직접 흡연했다.

흡연 장면이 있는 영상의 99.7%(1168개)가 별도의 연령제한 조치가 없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전체 이용가였다. 흡연 장면이 있는 영상의 91.5%는 전자담배 사용 후기 영상이었다. 이 외에도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영상, 신분증이 없을 때 담배를 구매하는 요령을 안내한 영상 등도 포함됐다. 영상 92.2%는 담배 및 상표를 직접 노출하고 있었다.

지난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6월 30일까지 인기리에 방송된 상위 15개 TV 드라마 중 8편(53.3%)에서도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지상파 1편(20%) △종편 4편(80%) △케이블 3편(60%) 등이다. 상황은 영화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극장에서 인기리에 상영된 125편의 영화 중 63편(50.4%)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영화등급별로는 △전체관람가 5.6% △12세 관람가 34.9% △15세 관람가 68.6% △청소년관람불가 92.3% 등이다.

청소년이 자주 보는 웹툰도 흡연을 묘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주요 포털사이트에 연령제한없이 연재된 42개 작품 1537편을 조사한 결과 21개 작품(50%) 145편(9.4%)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특정 담배상표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담배제품을 직접 노출한 경우도 7편이나 됐다.

현재 지상파 TV 방송사 등은 자율규제를 통해 흡연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규제인 탓에 때로는 여과없이 흡연장면이 전파를 타고있는 것이다. 유튜브나 웹툰은 이런 자율규제조차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흡연 모습을 창작물에서 강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창작자나 편집자에게 불필요한 흡연 장면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향후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오락매체가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감시·감독을 강화해 사회적 자정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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