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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은 8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기, 고용, 물가 등에 대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점은 주목된다. 실제 성장 정도를 의미하는 실질 GDP와 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하는 잠재 GDP의 차이인 GDP 갭이 지난해 하반기 플러스(+) 전환한 것도 관심사다. 추후 기준금리 방향이 인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잠재성장률 이상 견실한 성장”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후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을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과 국내외 여건 변화, 그에 따른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자본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통화정책 완화 기조의 장기화가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유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기존 한은의 통화정책 스탠스와 다르지 않다.
관심이 모아지는 건 한은이 이번 보고서를 위해 분석한 고려사항이다. △경기 회복기의 특징 △고용 여건 △기조적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 가장 최근의 경제 상황이다.
한은의 평가는 그리 어둡지 않다.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 다시 말해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무엇보다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실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고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경기 개선과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는 2만명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더 개선될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정부의 가계소득 정책에 따른 서비스업 업황 개선과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 등에 힘입어서다. 취업자 수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플러스’ GDP 갭, 1년 앞당겨져
물가 역시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목표치인 2.0%에 근접할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완화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 등 금융 불균형 누적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는 관측도 긴축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GDP 갭이 플러스로 전환한 시점도 지난해 하반기로 1년이나 앞당겨졌다. 한은은 당초 올해 하반기로 점쳤었다. GDP 갭이 플러스인 것은 기초체력상 달성할 수 있는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중요한 기준금리 인상 재료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변수가 없는 건 아니다. 한은은 “경기와 물가 간 관계 약화 가능성은 물가 오름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저(低)물가 미스터리’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물가가 이상하리만치 낮으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