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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 현대기아차`로 주가 반등 모색하는 車부품사들

이명철 기자I 2017.08.03 13:35:24

미국·중국 등 자동차 판매 부진 심화…협력사 시름
중국 로컬기업이나 해외 업체 대상 부품 공급 증가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계속되는 현대·기아차 실적 부진에 부품업체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최대 고객사의 자동차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보릿고개를 함께 넘어야 할 위기에 맞닥뜨렸다. 저마다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하며 `탈(脫)현대차`를 외치는 상황이어서 향후 부품업체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5개사의 내수 출하량은 13만1000대로 전년동월대비 8.2% 증가했다. 다만 해외 출하랑은 현대차 18만4000대, 기아차 8만5000대로 같은 기간 각각 12.3%, 9.6%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판매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해외 판매량이 각각 9.4%, 6.8% 감소했다.

판매 부진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과 미국 소위 주요 2개국(G2) 영향이 크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공장 판매가 45~50% 감소하고 미국도 재고 부담으로 공장 생산이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유럽시장 판매 호조는 긍정적이지만 G2시장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가 팔리질 않으니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7조67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 늘었지만 영업이익 2조6000억원으로 16.4%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26조4200억원)은 2.5% 감소에 그친 반면 영업이익은 44.0%나 줄어든 7900억원에 머물렀다. 당초 계획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지출하며 판매에 집중하다보니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부품 공급 비중이 가장 큰 현대·기아차 판매가 부진하다보니 주요 협력사들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이자 최대 부품 제조사 현대모비스(012330)는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8.6%, 22.8% 줄었다. 현대위아(011210)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은 2.7% 줄었고 영업이익이 57.1% 급감했다. 실적 우려가 투자심리에 반영되면서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다.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지난달 각각 9.09%, 4.19% 각각 내렸다. 주요 협력사인 화신(010690)서연이화(200880) 동국실업(001620)의 경우 지난달에만 주가가 10% 가량 급락했고 성우하이텍(015750)·모토닉(009680)·대유에이텍(002880)·모토닉(009680) 등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미 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에 대한 높은 공급 의존도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부품업체는 고객사 다변화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몇 년전만 해도 현대·기아차 협력사인 점을 집중 홍보했다면 이제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주요 협력사인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수급 문제와 기술 유출 때문에 다른 고객사와의 계약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오히려 현대차그룹의 대외 기술력을 홍보할 수 있다는 이점에 해외 진출을 독려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좋은 사례로는 주력 고객사인 만도를 꼽을 수 있다. 만도의 2분기 영업이익은 5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0% 감소했지만 이달 들어 주가는 우상향 곡선이다. 지난달에도 0.4% 하락에 그쳤다. 현대차그룹 출하량 감소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 로컬업체 매출 확대와 여타시장 성장이 관심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사 확대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액은 약 9조5000억원으로 올해 연간 목표(12조원)의 80% 가량을 이미 달성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고객 다변화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확대 등 제품 고도화를 통해 주요 고객사 부진에도 상대적 이익 안정성을 보였다”며 “향후 경쟁업체대비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S&T모티브의 경우 현대차그룹 등 납품 부진에도 차세대 파워트레인 핵심 부품 등 호조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221억원)이 12.7%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관련부문 매출 증가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현대차그룹향(向) 매출비중이 지난해 기준 70%에 달하는 삼기오토모티브(122350)는 아예 2020년 이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대신 친환경차가 부각되는 흐름에 맞춰 알루미늄 합금 부품을 통해 폭스바겐이나 LG그룹 등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 협력사로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모트렉스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사업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청사진으로 제시하며 코스닥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형환 대표는 “자동차산업의 흐름 변화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이후 수요예측과 청약까지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증시 입성을 앞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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