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슬프다. 기쁨보다 슬픔이 더 크다. 만나자마자 이별해야 하니까. 하루 종일 있어도 부족한데 겨우 12시간 보니까”
23일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인 공기가 꽉 차 있었다.
남북 이산가족의 두번째 상봉행사, 우리측 상봉단이 북한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등록절차와 방북교육을 받기 위해 집결한 이곳은 이미 전날부터 숙박하면서 행사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을 정도였다.
두번째 행사라 세간의 관심은 식은 듯했지만 북측의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우리측 가족들의 마음은 더한 기대와 슬픔을 안고 있었다.
북측의 여동생을 만나러 가는 안윤준(87)씨는 기쁨보다 슬픔이 더 크다며 “1차 상봉을 방송으로 봤는데 작별 상봉 때 그 심경이 이해가 간다”면서 “나도 각오는 하고 가는데,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가족들은 만나기 전부터 아쉬움이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이선균(90)씨는 “난 어렸을 때 공부한다고 서울 큰아버지 댁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여동생을 69년만에 만난다”며 “1차 방송을 보니 숙식도 같이하고, 손잡고 같이 잠을 자고 싶은데 그걸 못하게 하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만난 가족들은 모두 1차 상봉 행사를 보고 또 보고 왔다고 입을 모았다. 북측에 있는 3명의 여동생을 보러 가는 조순전(83)씨는 “왜 마음이 이렇게 심난하지” 라며 착잡한 표정을 보였다. 조씨는 “심경을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여동생들이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며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이번엔 방송 보며 하루 종일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측 방문단 최고령자인 이석주(98)씨의 딸 이경숙(57)씨는 이석주씨의 사이즈에 맞춰서 이복 남매와 조카의 재킷·와이셔츠·넥타이·신발·양말 풀 세트를 샀다고 전했다.
이경숙씨는 “원랜 (이석주씨의)아들 것만 샀는데 최근 손자 것도 사라고 해서 함께 샀다”며 “아버님이 하늘색을 좋아했다고 하셔서 (북측의) 아들은 하늘색으로 맞춰 하고 손자는 흰색으로 샀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아버지가 35만원을 주시면서 손자 것도 사오라고 하셔서 최대한 좋은 것들로 맞춰서 샀다. 이게 부모님의 사랑인 것 같다”며 “우리 가방이 제일 큰 거 같은데 아들·손자 옷들이 다 밑에 깔려서 구겨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측에서 신청한 상봉단이 북측 가족을 만나러 가는 이번 행사는 총 90가족이 참여하며, 24일 북한으로 건너가 2박 3일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북측 가족들과 상봉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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