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LOI 제출 이틀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은 경쟁사인 롯데의 움직임과 관련이 깊다. 당초 신세계는 아시아나 항공 등 금호그룹 계열사 인수 때문이 아니라 아시아나의 100%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에 입점해 있는 광주신세계 영업권 방어 차원에서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 결과 롯데가 LOI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신세계는 인수 의사를 결국 거둬들였다.
신세계가 롯데의 LOI 제출 결과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것은 지난 2013년 신세계 인천점을 롯데에 뺏겼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인천시로부터 부지와 건물을 임차해 쓰고 있었으나 인천시가 부지를 롯데에 일괄 매각함에 따라 임차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 당시 신세계 인천점의 건물 임차 기간은 2017년, 신축 건물의 부지 임차 계약기간은 2031년까지였다.
롯데가 금호산업 인수하게 되면 신세계 광주점도 롯데에 빼앗길 가능성을 높다. 따라서 신세계가 롯데 행동에 촉각을 기울이며 금호산업을 사겠다는 LOI를 제출했던 이유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 지분 매각과 관련, 금호산업의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광주신세계가 입점해 있어 영업권 방어 차원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하지만 경쟁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향후 본입찰 참여 등 금호산업 지분 매각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문제가 아직 일단락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가 금호산업 본입찰에 참여하는 사모펀드 등과 손잡고 우회적으로 본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본입찰에 참여하는 펀드 중 하나의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금호터미널 등의 소유권만 가져가는 시나리오도 가정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신세계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롯데의 본입찰 우회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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