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00억 날린 참존의 눈물..면세점 벽은 높았다

최은영 기자I 2015.02.26 14:11:22

임차보증금 못내 인천공항 면세점 입성 좌절
4일간 277억 마련하려니...
"미숙함 인정하지만, 中企 배려 부족 아쉬워"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토종 화장품 기업 참존의 면세점을 향한 꿈이 물거품이 됐다. 참존은 인천공항면세점 3기 사업자 선정에서 중소·중견기업에 할당된 4개 구역 가운데 알짜배기인 화장품과 향수를 다루는 11구역의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임차보증금 277억 원을 마련 못해 자격을 상실했다.

참존이 이번 입찰에서 5년간 낼 임대료로 제시한 금액은 2032억 원. 입찰 공고문에 따르면 낙찰자는 선정통보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공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동시에 임대보증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김광석 회장
참존이 이렇듯 공고문에도 적힌 내용을 제때 이행 못 해 고배를 마시자 업계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쟁사보다 2배가량 많은 임차료를 써내고도, 그의 10분의 1가량인 초기 자금 마련에 실패해 100억 원가량의 입찰보증금을 앉아서 날리게 된 상황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존은 사업자로 선정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상생 정책에 따라 면세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뷰티의 새로운 내일을 열어갈 것”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참존의 창업주인 김광석 회장까지 언론 인터뷰에 나서 면세 사업의 성공을 자신했다. “시내면세점에 부여된 기회에도 도전할 것”이라며 야심 찬 청사진을 밝혔다.

참존 측은 준비 부족에 따른 미숙함은 인정하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11일 입찰 결과가 발표됐고 23일까지 임차보증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설 연휴 등이 끼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실질적으로 4일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특별히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구역을 별도 지정하고, 공항공사에 지급하는 임대보증금(월 임대료 6개월분)을 대기업과 달리 현금보증증권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 운영 여건을 개선했다. 참존 역시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기한 내에 보증보험사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공항면세점 입점이 무산됐다.

참존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에 임차보증금 납부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규정에 따라 처리된 일이지만 발표 이후 휴일을 포함해 10일 이내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는 버거운 일이다. 기회는 주어졌으나 여전히 대기업 위주인 시스템은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측은 “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계약은 정해진 예규에 따른다. 10일 안에 보증금을 내야 하는 것은 모든 정부 사업에 적용되는 규정이기 때문에 아무리 중소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별도의 예외를 두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섣부른 정책이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점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이 높은 사업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중견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참존은 연 매출 700억 원대 규모 회사다. 면세점의 꿈을 품었다가 100억 원이 넘는 돈만 날렸다. 수업료가 비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배려한 정부의 조치가 오히려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면서 “처음부터 중소기업을 배려하겠다는 의도였다면 절차도 달랐어야 한다. 참존과 같은 중소기업에게는 100억 원이 상당히 큰 돈이다. 이번 일로 중소기업은 길은 열렸으나 여전히 높은 벽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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