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4세 차명투자에 얽힌 사연

임명규 기자I 2012.07.18 18:00:00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외손자
5년전 상장사 증자출자로 금융당국 조사받아
2008년2월 차명투자 최근 과세당국서 밝혀내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재벌가(家) 4세의 은밀한 주식투자에 얽힌 사연이 새삼 시선을 끌고 있다. 5년전에는 상장사에 출자했다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고초를 겪었다. 최근에는 신분을 감춘 채 차명으로 투자한 사실이 과세당국에 의해 드러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이동찬 코오롱(002020)그룹 명예회장의 외손자다.

이웅열 회장의 조카로서 코오롱그룹 4세인 이 모 씨의 사연은 200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장사 한국하이네트(현 대양글로벌)는 제3자배정 방식으로 20억원(발행주식 37만주·주당발행가 5356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인수자가 이 씨였다. K그룹 오너의 아들과 함께 각각 10억원을 출자했던 것.

하지만 이 투자로 인해 이 씨는 어려움을 겪었다. 우회상장설이 불거지며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심지어는 그룹으로까지 번져 코오롱그룹까지도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이 씨는 개명(改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주식투자에 얽힌 사단은 최근에 또 불거졌다. 이번엔 과세당국에 의해서였다. 한국하이네트 증자가 있은 후 몇 개월 뒤인 지난 2008년 2월 디와이(현 국제디와이)는 20억원(200만주·990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또한 제3자배정 방식이었고, 출자자는 개인 4명으로 이 중에는 이 씨의 지인 A씨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A씨는 이 씨의 모친의 운전기사였다. A씨는 총 5억원 가량을 출자했다.

하지만 A씨는 명의만 빌려줬을 뿐 실제 돈을 댄 투자자는 이 씨였다. 이 씨는 당시 운영자금 부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던 디와이에 투자를 약속했던 터였고, 유상증자 과정에서 신분 노출을 하지 않기 위해 A씨 명의를 빌린 것이었다.

이게 발단이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자금출처조사를 통해 이 씨의 과거 주식명의신탁 사실을 밝혀내고, 올 2월 명의를 빌려준 A씨에게 1억4000만원의 증여세를 내라고 통보했다. 주식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를 때는 명의자가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세법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A씨는 이 씨가 단지 개인적 사정으로 본인 명의의 주식 거래가 여의치 않아 자신의 증권계좌를 빌렸을 뿐, 세금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씨가 명의를 빌려 투자한 디와이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결손법인으로 배당이 발생되지 않아 조세회피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국세청은 “세법에서 타인의 명의로 재산을 등기한 경우에는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며 “코오롱그룹의 외손자로서 사회적·정서적 파급 효과와 비난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명의신탁했다는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씨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세금 날벼락을 맞은 A씨는 국세청의 과세처분이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원은 “이씨가 주식 명의신탁을 정당화할 뚜렷한 이유가 없고, 본인 명의로 주식을 취득해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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