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GDP) 전망을 낮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오석 KDI 원장은 27일 기자들과 오찬에서 "(경기)전망의 전제들이 비관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가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KDI은 3.8%를 제시했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성장률을 3.5%로 기존 전망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KDI는 5월말께 수정전망치를 내놓는다.
그는 "올해 국내경기가 상저하고의 형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것은, 확신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유럽 재정위기가 하반기에 가닥을 잡는다는 전제에서 나온 예상치"라며 "얼마 전 홍콩에 갔을 때 보니 정부가 경기전망을 1~3%로 내놓을 만큼 올해 불확실성이 아주 크다"고 운을 뗐다.
현 원장은 "작년과 올해 성장률은 비슷할 걸로 예측했지만 수출과 내수 기여도 전망은 상당히 다르다"며 "내수가 뒷받침되지 되지 않으면 전망치 달성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DI는 올해 수출과 내수가 각각 0.6, 3.2% 정도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에는 내수와 수출 기여도가 각각 1.8% 였다.
그는 "당초 1분기에 3%정도 성장률 전망했는데 수출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대내외 환경이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하다고 전제하면 1분기는 2%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올해 세계경제가 식으면서 유가가 배럴당 평균 100달러 정도로 전망했는데 전망과는 달리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경기방향이 갈수록 하방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경기회복을 속단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유로지역 국채 만기가 3~5월에 몰려 있어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며 "유럽 위기영향을 금융과 무역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는데 EU는 역내 무역 비중이 70%가 넘어 무역보다는 금융 쪽을 더 주시해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미 FTA 효과를 낙관적으로 평가했다는 지적에 대해 "모형의 제약이 있었다"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KDI는 애초 한미 FTA가 발효하면 우리나라의 GDP는 앞으로 10년간 5.6%가량 추가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 원장은 "마이크로(미시)와 매크로(거시)한 부분을 합치는 모형이 있는데 우리는 그게 아직 없다"면서도 "FTA효과에 대한 질문이 있는데 답을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최근 KDI가 내놓은 이명박 정부 4년 평가 보고서와 관련해 "정책 홍보나 정책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국책연구원의 역할 중 하나"라면서 "세계경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MB 정부는 선방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 원장은 "복지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고, 재원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면서 "선별적인 복지가 필요한데 과연 복지논쟁이 그렇게 이뤄지고 있나 하는 것을 걸러가며 다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통합당이 주장하는 부자 증세 안과 관련 "세율만 올려서는 안 된다"며 "세금 안 내는 사람이 많은데 비과세 감면을 없애 세원을 넓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KDI 교수가 정치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학사일정 등과 관련해 허가를 받고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은 다르다"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유종일 KDI 국제대학원 교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 교수가 최근 TV토론회에서 한미 FTA 효과에 KDI 공식입장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자 KDI가 보도해명자료를 내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