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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은 1년 기대인플레 5.2%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소비자기대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지난달 5.2%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1년간 5%대 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8월(5.2%)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전월(5.9%) 대비 큰 폭 하락했다.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한 달 사이 3.1%에서 3.0%로 떨어졌다. 5년 기대인플레이션(2.4%→2.3%)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2.0%)에 근접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CBS에 나와 “예상하지 못한 충격만 없다면 내년 말에는 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낮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하루 만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지표가 나온 셈이다
이는 그동안 물가를 끌어올렸던 에너지, 식료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뉴욕 연은 설문 결과 추후 1년 휘발유 가격 상승률 전망치는 4.7%로 나타났다. 물가 정책 목표치와는 아직 차이가 크지만, 전월(5.3%)보다 낮아졌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의 휘발유 평균값은 1갤런(1갤런=3.8ℓ)당 3.262달러로 나타났다. 한 달 전 평균값(3.783달러)보다 0.521달러 내렸다. 근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초반대까지 내려와 있다. 이외에 식료품 가격 예상치(9.1%→8.3%) 역시 떨어졌다.
집값 하락 전망이 높아진 점도 기대인플레이션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1년간 주택 중위가격 변동률은 1.0%로 예상됐다. 전월(2.0%) 대비 급락했다. 2020년 5월(0.6%) 이후 가장 낮다. 연준 공격 긴축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
월가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확산하는 기류다.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이날 투자자 화상 대담에서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 누적 여파가 내년을 경기 침체의 해로 만들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은 6개월 안에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연준 공격 긴축→미국 경기 침체→인플레이션 둔화→연준 정책 피봇(pivot·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건들락은 “연준이 내년 어느 시점에선가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75% 이상”이라며 내년부터는 사실상 금리 인하 모드로 들어설 것이라고 점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근래 긴축 속도조절론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와 직결돼 있다. 연준은 오는 14일 FOMC에서 75bp(1bp=0.01%포인트)가 아닌 50bp 금리를 올릴 게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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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곧 물가 안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의 저물가와 비교하면 5%대는 여전히 고물가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연은 조사를 보면 인플레이션은 최소 5년은 지나야 연준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글로벌 신용카드사인 마스터카드의 데이비드 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물가 폭등의 주범 중 하나로 꼽혔던 렌트비(월세)의 추후 1년 상승률 전망치는 9.8%에 달했다. 한 달 전(9.9%)과 비슷했다. 가계소득 예상치(4.3%→4.5%)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물가가 정점을 찍었어도 4~5%대 고물가가 기조적으로 이어지는 와중에 경기 침체까지 닥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현재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에서)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내년 중반에 4%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했다.
월가는 일단 연준이 내놓을 물가 판단을 주시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FOMC를 통해 경제 전망을 조정하고 금리 점도표를 다시 찍는다. 이를 통해 연준의 내년 금리 인상 폭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