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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모더나 백신 특허 공개 거부 왜?…"중·러에 기술유출 가능성"

김보겸 기자I 2021.04.26 14:52:39

화이자·모더나 등 제조사 "백신 특허 포기 못 해"
전통방식 쓰던 중·러에 mRNA 신기술 유출 우려
특허 포기 반대했던 美, 바이든 정부 들어 검토 움직임

mRNA 방식을 사용하는 화이자 백신을 제조하는 모습(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자사 백신에 대한 특허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기술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는 게 제약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J&J), 노바백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및 백악관 관료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백신 특허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제약사들은 “코로나19 백신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 mRNA 같은 플랫폼을 노출하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뿐 아니라 암이나 심장 치료에도 이 기술을 유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몸값을 올리고 있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mRNA 방식을 따른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쓰는 전통적인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 백신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아직 특별한 부작용이 나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코로나19 관련 의료제품에 대한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유예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부유한 나라들이 특허권을 독점하고 있어 개발도상국들의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세계 90여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도 지지·찬성하고 나섰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 (사진=AFP)
하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이를 단호히 반대했다. 백신 개발국인 영국과 유럽연합(EU), 스위스도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백신 제조 특허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타이 대표는 WTO 회의에서 “오늘날 시장이 어떻게 해서 또 한번 개도국 보건 관련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는지 우리는 좀 더 듣기를 원한다”며 “우리가 (시장으로부터) 알게 된 내용들을 반영하기 위해선 (WTO) 무역규정에 어떤 수정이나 개혁이 필요한지를 고려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과거 세계적 보건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개발도상국들이 백신과 의약품 확보에서 뒤처지지 않게 WTO 규정을 손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타이 대표는 또 최근 수주 동안 제약회사, 노동조합, 관련 단체 및 유엔 지원을 받는 세계백신연합(Gavi) 등과 WTO의 지식재산권 규정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 대표 측은 “(특허권의 일시적) 포기와 관련해 모든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면제시 효과 등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며 “백신 생산과 공평한 유통을 촉진하기 위한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강조했다.

타이 대표의 발언 이후 미국 제약사들과 USTR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백신 제조사들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백신 생산 속도를 늦추는 건 특허가 아니라 제조 병목현상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백신 제조업체는 타이 대표의 발언에 백악관 측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고 FT는 전했다.

코로나19 백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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