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구하러 불길 뛰어든 불법체류 외국인에 ‘LG 의인상’

김종호 기자I 2020.04.22 11:59:11

카자흐스탄 출신 근로자 알리, 10여명 대피시키고 화상 입어
2017년 니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의인상 수상자

지난 3월 강원 양양군 양양읍 구교리 원룸 주택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카자흐스탄 출신 근로자 알리씨. (사진=LG복지재단)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LG복지재단은 강원 양양군 양양읍 구교리 원룸 주택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카자흐스탄 출신 근로자 알리(28)씨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알리씨는 지난 3월 23일 자정 무렵 집으로 가던 중 자신이 살고 있는 3층 원룸 건물에 화재가 난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불이 난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는 사람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서툰 한국말로 “불이다, 불이야”라고 소리쳤다. 이어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과 TV 유선줄을 잡고 2층 창문으로 올라가 상황을 살폈다. 이후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건물 안에 있던 10여명의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다. 알리씨는 이 과정에서 목과 등, 손 등에 2~3도의 중증 화상을 입었다.

알리씨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3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뒤 최근에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지는 것보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알리 씨의 의로운 행동으로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기에 의인상을 수여했다”고 말했다.

한편 알리씨는 2017년 LG 의인상을 수상한 스리랑카 국적 의인 니말 씨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수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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