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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오를 곳이 없는 경지에 오르더라도 한발 더 나아가라’는 뜻의 이 문구는 생활가전 강자로 거듭난 LG전자를 관통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류 건조기, 세탁기, 스타일러 등을 생산하는 창원2공장 A1동 직원들은 밀려드는 주문 요청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이 플래카드를 보며 다시 한번 담금질하고 있다.
◇건조기 시장 올해 6배 성장…빠른 조립 속도로 극복
의류 건조기는 생활가전 제품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품목이다. 미세먼지와 황사 등으로 환경 가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의류 건조기를 도맡아 생산하고 있는 창원공장 직원들은 잔업에 특근까지 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는데 애를 먹을 정도다.
정나라 LG전자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 차장은 “국내 판매용 건조기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늘었지만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창원2공장은 조립 속도를 단축하는 등 효율성을 높여가면서 주문량을 맞춰갔다. 실제 생산 라인에서 건조기 1대가 사람 손과 기계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11초. 숙련된 조립공의 빠른 손놀림과 치밀한 공정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주문량을 맞춰가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창원2공장은 땅 1평 늘리지 않고도 연간 가전 생산량을 10배 늘린 ‘기적의 공장’이다. 1987년 설립 당시 연간 생활가전 50만대를 생산하던 창원2공장은 30년 만에 500만대 생산하는 저력을 보여준 곳이다.
류재철 LG전자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전무)은 “올해 의류건조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6배 증가한 6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나라도 북미 시장처럼 조만간 건조기가 세탁기와 함께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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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건조기가 만들어지는 창원2공장 A1동을 지나 뒤편 건물로 들어가자 컨베이어 벨트 대신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이 여러 개 있었다. 이 안에는 방마다 완성된 세탁기와 건조기 등이 가득했다. 마치 집에서 쓰듯이 호수가 연결된 세탁기도 있었고, 몸체가 조금 흔들리는 제품도 있었다.
그중 한 곳에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문짝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세탁기와 건조기 등의 내구성을 실험하는 신뢰성 시험동이다. ‘LG 트윈 워시’ 아래 설치된 미니 워시는 4초에 한 번씩 저절로 열고 닫혔다. 이 제품은 1만 번을 열고 닫아도 멀쩡해야 ‘10년 품질 보증’ 증표를 받는다.
다른 시험동 공간에 들어서자 ‘고온 방(챔버)’이 1번부터 8번까지 있다. 그중 한 곳을 열자 훅하고 뜨거운 김이 빠져나왔다. 이곳은 고온다습한 환경 속에서 세탁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험하는 방이었다. 반대편에는 영하에 가까운 ‘저온 방’이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 500대를 서로 다른 극한 환경에 두고 성능을 실험한다”라며 “한 달이나 석 달 정도 기한을 정해두고 시험하기도 하지만 제품이 부서질 때까지 한계를 시험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처럼 제품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개발에 매진했다. 특히 ‘LG 트윈워시’부터 ‘트롬 스타일러’까지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제품으로 승부를 겨뤘다. LG전자는 의류 세탁부터 건조, 관리를 넘어 ‘옷 정리’까지 도와주는 가전을 고민하고 있다. 김영수 LG전자 어플라이언스 연구소장(전무)은 “빨래를 세탁하고 헹구는 과정부터 다림질과 의류 관리까지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방법을 고민한다”라며 “앞으로 빨래를 개는 기계같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가전을 선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