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IT에서 전력·인프라로…IPO 지형도 전환 이끈 '기후테크'

원재연 기자I 2025.12.02 09:23:04

최근 5년 신규 상장 25% ‘기후테크’로 분류
생태계는 여전히 초기…절반이 에코·푸드테크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전력·배터리 기반 기후테크 기업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플랫폼·소프트웨어에 실렸던 무게중심이 전기·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이동하면서 관련 섹터가 새로운 상장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일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거래소(KRX) 신규 상장 기업(재상장·이전상장 포함) 가운데 약 25%가량이 기후테크 관련 기업으로 나타났다. 상장 시장을 이끌어온 플랫폼·콘텐츠 기업 대신 전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제조·하드테크 기업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2023년 코스닥 신규 상장 내역을 보면 소프트웨어가 19개사로 가장 많았으나 반도체 17개사, 화학·금속 6개사 등 제조·소부장 기업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표면적으로는 IT 기반 IPO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 공모 비중은 반도체·소부장·전기장비 등 실물 인프라 기업에 더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EY 글로벌 IPO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1~2년간 미국과 일본에서는 에너지·비철금속·반도체 소재 등 전력·제조 인프라 기업이 대형 IPO를 이끌었다.

다만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는 상장 흐름과 일정한 간극이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272곳 중 에코테크·푸드테크 비중이 53.3%로 절반을 웃돌았다. 에코테크와 푸드테크는 기후테크로 분류되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다. 이 외에 탄소·기후 데이터를 다루는 지오테크 비중은 11.4%에 그쳤다. 상장 시장에서 전력·인프라 기업 비중이 커졌다고 해서 기초 생태계까지 이에 맞춰 성장한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상장 기업 구성에서도 동일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가 조사한 564개 기업 중 상장사는 41곳 뿐이었고, 이 가운데 2010년 이후 설립된 기업은 7곳에 그쳤다. 상당수는 기존 중견·대기업이 탄소 저감 또는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상장한 사례다. 기후 인프라 기반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실증·성장 단계를 밟아 IPO에 도달한 경우는 많지 않다.

국내 기후테크 기술은 일부 분야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국내 특허의 65%가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ICT에 몰려 있고, 탄소포집(CCUS) 등 산업 공정 전환 기술은 비중이 2%대에 그친다. 산업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저변이 얕아 상장 이후의 확장 단계에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기후 인프라 기업들이 이미 파일럿을 넘어 상업 프로젝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탄소제거, 지열, 저탄소 금속, 차세대 배터리 등에서 장기 프로젝트와 초기 수요 확보 구조가 결합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정책·투자도 아직 탄탄하게 뒷받침해주는 구조가 아니다. 정부는 기후·환경 분야에 2030년까지 약 9조원 규모의 전용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투자 비중은 여전히 높지 않다. 한국벤처투자(KVIC) 통계에 따르면 기후·환경 관련 투자 비중은 전체 벤처투자의 3% 내외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중 탄소중립 분야 비중도 6%대에 머문다.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에선 기후테크는 전문성이 필수인데, 한국은 트렌드 따라왔다 떠나는 ‘투어리스트 투자자’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라며 “상장 시장에서는 이미 기후 인프라가 선두에 섰지만, 기술·실증·자본 구조는 뒤따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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