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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울프(Barbara Wolfe) 미국 위스콘신대 빈곤문제연구소 공공정책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인구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전략 포럼(ESF)에서 “출산율이 1.5명 미만인 모든 국가에서 남성은 집안일의 3분의 1 미만을 수행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이데일리-정책평가연구원(PERI) 특별 심포지엄이 열렸다.
세션2(근거 기반-인구 정책)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울프 교수는 “미국은 더 많은 남성이 육아를 분담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북유럽 국가 등 출산율이 높은 국가는 아빠가 육아를 많이 담당하는 국가”라고 했다.
실제로 미 노동통계국(BLS) 조사(2020년)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맞벌이 부부는 여성이 남성보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가사·육아에 더 썼다. 하지만 미국 맞벌이 부부의 경우 이 차이가 1시간 이내였다. OECD 기준 2021년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1.66명, 한국은 0.81명으로 차이가 크다.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여성의 출산율은 한국에 비해 0.5명 가량 더 많다.
울프 교수는 “남성의 가사 노동·육아 분담률과 출산율은 (인과관계는 불투명하지만)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출산을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면 남성이 주된 양육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세계 가치관 조사(2017~2018) 결과를 보면 ‘미취학 아동이 일하는 엄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말에 한국 남성은 절반 이상이 동의하는 반면 미국은 21%만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울프 교수는 남성의 육아 분담률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 “정답을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유명인사가 (태도 등이) 바뀌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이나 방송인이 육아와 관련한 모습을 보여주면 확산 계기가 만들어지는 ‘유명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울프 교수는 또 노동 시장 정책과 관련한 변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여성이 자녀를 가지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육아 휴직을 낸 여성이 복직할 경우 기존 직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