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위원회 '전통제례 현대화 권고안' 발표
밥·국·과일 등 필요한 것만…상차림 '절반' 줄어
"핵심은 정성을 다 하는 마음…음식 종류 형편따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여전히 제사상을 너무 많이 차리고 복잡하게 지내는 문화가 계승되고 있어요. 밥, 국, 술 등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 몇 가지 필요한 것만 간소하게 차리면 됩니다.”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 발표회에서 “제사가 힘들어서 지내지 못하겠다는 국민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자 권고안을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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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차례상 간소화를 발표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전통제례 보존은 종가중심으로 계승 중인 불천위 등의 제사를 ‘세계인류 문화유산’ 또는 ‘국가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일반 가정에서는 행복한 제사문화를 이어가자는 취지다. 최영갑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유교국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관혼상제 등 예법을 중심으로 살아왔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일부 제례만 남아있는 형편”이라며 “제사 문화도 현대에 맞게 변화하고 계승,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화 제사 권고안은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기제사’와 묘소에서 지내는 ‘묘제’를 중심으로 명문종가의 진설을 참고해 권고했다. 기제사의 경우 주자가례를 원칙으로 제사상 상차림 개수가 최소 15종이었으나 이번 권고안에선 8종으로 줄였다. 기본 음식인 밥, 국, 술, 과일을 포함해 나물과 탕, 간장, 나박김치, 젓갈, 식혜, 포 등이다. 제기가 없는 경우에는 일반그릇을 사용해도 된다.
제사의 주재자는 여자들을 포함해 고인을 추모하는 모두가 제사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다. 제사 음식 또한 여자가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특히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됐던 ‘전’은 차례상과 마찬가지로 제사상에도 올릴 필요는 없다. 최 위원장은 “제사상에도 기름으로 지지거나 기름을 사용하는 음식들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권고하는 간소한 제사 상차림(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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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제는 술과 떡, 간장, 포, 적, 과일이 진설되고 과일의 경우 한 접시에 여러 과일을 같이 올렸다. 또한 가정의 문화, 지역의 특성, 제사의 형식, 형편에 따라 달리 지낼 수 있다.
제사의 절차는 제주가 향을 피우고 모사기에 술을 세 번 나눠 붓고 난 뒤 제사 참가자 모두가 두 번 절을 한다. 이후 술을 한번 올리고 축문을 읽은 후 묵념을 한다. 다시 제사 참가자들은 두 번 절하고 상을 정리한다. 축문을 태우고 제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제사 시간은 돌아가신 날의 첫새벽(23시~01시)에 지내야 하지만, 가족과의 합이 하에 돌아가신 날의 초저녁(18~20시)에 지내도 괜찮다.
최 위원장은 “제사의 핵심은 사랑과 공경으로 정성을 다함에 있다.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는 가족이 모여 안부를 묻고 화합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제사상은 간단한 반상에 좋아하시던 음식을 더 올리거나 생일상처럼 차려도 좋다”고 말했다.
|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올리는 ‘기제사’ 권고 상차림(사진=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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