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 총력전 나선 정부, 식품업계 또다시 불러 단속

이후섭 기자I 2023.10.20 17:17:04

농식품부, 16개 식품업체 불러 물가안정 간담회 개최
한훈 차관 “밀크플레이션 우려 크다…가격인상 자제” 당부
업계 “할당관세 적용 확대, 수출 위한 비관세장벽 도움 필요”
올해만 4차례 불러 압박…"너무 심하지 않냐" 볼멘소리도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락하고,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물가 안정 총력전에 나선 정부가 또다시 식품업계를 불러 가격 인상 단속에 나섰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기로 하면서 원가부담 완화, 수출 확대 등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식품업계 물가안정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훈 차관 “밀크플레이션 우려 크다…가격인상 자제” 당부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한훈 차관 주재 하에 16개 식품업체들과 만나 물가안정 간담회를 가졌다. CJ제일제당(097950), 동원F&B(049770), 오리온(271560), 풀무원식품, 해태제과, 대상(001680), 빙그레(005180), 삼양식품(003230), 오뚜기(007310), 농심(004370), 롯데웰푸드(280360) 등의 대표이사 및 임원들이 참석했다.

한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9월 소비자물가는 3.7%로 8월(3.4%)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고, 가공식품 물가도 9월 기준 5.8%로 전체 물가상승률 대비 여전히 높다”며 “기상 이변으로 농작물 작황이 별로 좋지 않고,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여러 대외여건이 물가 불안을 재차 자극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진행된 원유가격 인상으로 인한 유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흰우유·가공유·기타 유제품은 2.8~12.5% 인상됐고, 아이스크림 가격도 8.3~3.6% 오른 상황이다.

한 차관은 “원유가격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걱정이 크다”며 “일부 원료 가격 상승에 편승한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경영효율화를 통해 원가부담을 흡수하는 등 물가안정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업체들도 적극 동참을 약속했다. 한 차관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식품업계 관계자들이 이런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업계 “할당관세 적용 확대, 수출 위한 비관세장벽 도움 필요”

하지만 계속된 원가부담으로 기업들도 한계에 다다른 실정이라 가격 인상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업계에서는 할당관세 품목 및 해외수출 지원 등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지난 간담회에서 제기된 건의사항 관련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가 대상 ‘K푸드’ 로고 상표 등록을 확대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홍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조제땅콩 할당관세 적용도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하고 있으며, 감자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수입 검역협상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미국과 돈육가공품 수출 확대를 위한 수출 검역협상은 오는 30일부터 시작해 11월 14일까지 진행되는 미국 측의 현지실사를 거쳐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원가부담 완화 및 수출 지원 관련 추가적인 건의사항들이 나왔다. 한 차관은 “최근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 카카오 원두 등에 대해서도 할당관세를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며 “일부는 해외수출 과정에서의 비관세 장벽들, 예를 들어 해당 나라에서 요구하는 규격을 파악하는 데 정부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격 강세 또는 수급불안 예상 원료인 전지·탈지분유 등에 대한 할당관세 추가 적용, 원료매입자금 지원 확대, 해외 박람회 참가 및 판촉 지원 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에만 4차례나 불러 가격인상 단속에 나선 정부의 거센 압박에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9월에 부른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불러 압박을 주는 건 너무 심하지 않냐”라면서 “수익성 악화는 오롯이 기업들이 감내하면서 당분간 아예 가격 인상을 생각하지도 말라는 소리와 같다”고 토로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